검·경수사권 조정이후 경찰이 고소접수를 기피하거나 반려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변호사들이 협회 차원에서 경찰청이나 국가수사본부 등에 이의제기를 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변호사들은 법적 근거 없이 경찰이 업무과중 등을 이유로 고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1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초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직 변호사 등 법조인 2200여명 모여 정보 등을 주고받는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최근 경찰서에서 고소를 접수하려고 하면 경찰이 이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성토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이 고소인의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범죄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 기재와 증거자료 확보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대다수 사건들이 검찰이 아닌 경찰에 몰리면서 업무 과중에 따라 경찰들이 어려운 고소사건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단체 카톡방의 A변호사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실까지 고소인에게 떠넘기면서 고소 자체를 반려하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경찰이 고소장만으로도 기소가 가능할 정도로 증거가 갖춰진 경우에만 접수를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고소장을 접수하고 말도 안되는 고소라면 각하결정을 하면 될 것인데 반려라는 편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인의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거나 반려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최근 들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범죄수사규칙이 연초에 개정되면서 고소 반려에 대한 이의절차 조항도 삭제됐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C변호사는 "협회 차원에서 수사기피사례를 수집해 경찰청이나 국수본에 이럴거면 수사권은 왜 달라고 했냐고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고소장 접수를 반려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고, 기존에 검찰에서 수사권을 다 가지고 있을 때 검찰에서 고소장을 반려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에게 요청해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이라도 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형사사건에 앞서 민사사건으로 안내를 하고 고소를 반려하거나, 고소장만으로 범죄 사실 구성이 안 될 경우 고소인 동의를 받아 반려를 하는 경우는 있다"며 "현재까지 변호사협회로부터 공식적인 항의나 의견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들의 불만 여론이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 의견전달을 받거나 입장표명 등에 대한 입장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