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 조사하겠다”는 영남대..글쎄
논란은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영남대가 강간을 덮으려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불이 붙었다. 작성자는 자신의 실명까지 공개하며 해당 사건을 터뜨렸다. 현재는 관리자 검토를 거쳐 대학명과 작성자 이름이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13일 오후 2시 기준 17만8000명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A교수는 “영남대 부총장이 같은 센터를 감독하고 있어 정 교수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분리조치를 호소했으나 돌아온 말은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였다”며 “그 후로 오히려 저를 내쫓으려고 보직을 없애고 회의에 부르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충격적 내용의 폭로가 나오자 삽시간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세상에 공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A교수가 정 교수를 강간 혐의로 고소하고, 이후 지난 4월 A교수가 면직 처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사건은 조명을 받았다.
당시 경북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A교수와 정 교수는 2019년 5월부터 함께 연구과제를 맡아 진행했다. 그러다 그해 6월 회식 후 정 교수가 집에 바래다준다는 핑계로 따라왔고, 완력으로 집안까지 들어와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A교수 주장이다.
이후 A교수가 대학 부총장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으나, “(가해자가) 각별히 아껴서 그렇다”, “문제가 밖으로 새나가면 안 되니 참아라”는 등의 답변만 돌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 글에서도 A교수는 “영남대는 거창하게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뭔가 하는 척만 할 뿐이고, (가해 교수와)학생들과의 분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남대는 총장 주재 회의를 거쳐 13일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영남대는 “우리 대학교 구성원 사이 성 관련 의혹에 대한 국민청원 등에 대해 밝힌다. 우리 대학교는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동안 어떠한 사실을 덮거나 축소하지 않았다”고 의혹부터 부인하며 운을 뗐다.
이후 “수사기관에서 이미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 대학교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다. 앞으로도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한 점의 의혹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번 사안으로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대학 강단에 서는 인간들이 이런 짓을 하다니”, “교육기관이 이러면 어쩌라는 건가”, “눈 가리고 아웅한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고소 당한 정 교수는 A교수 집까지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사실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산경찰서 측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불러 조사를 마친 상황”이라며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참고인 조사와 대질 조사 등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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