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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850억' 받던 진행자도...갑질 논란에 20년 美토크쇼 폐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4 05:30

수정 2021.05.14 05:30

지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토크쇼 '엘런 쇼'를 녹화하고 있는 엘런 디제너러스. 뉴시스 제공
지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토크쇼 '엘런 쇼'를 녹화하고 있는 엘런 디제너러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20년 가까이 미국의 안방을 지켜 온 미국 토크쇼가 제작진의 갑질 논란으로 폐지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해 온 스타 진행자 엘런 디제너러스(63)가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그의 연봉은 7500만달러(약 848억4000만원)로 추정된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디제너러스가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졌다. 그는 “창의적인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이 토크쇼를 진행하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9월 시작해 현재 시즌18까지 진행된 쇼는 내년 시즌19를 마지막으로 끝나게 됐다.

극본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유명한 ‘엘런 디제너러스 쇼’는 미국 NBC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비욘세, 마돈나, 존 트라볼타 등 연예인부터 버락·미셸 오바마 부부 같은 정치인까지 유명 인사들 섭외에 성공하면서 부동의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 됐다.

특히 지난 2012년엔 가수 싸이가 깜짝 손님으로 출연해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강남 스타일’의 말춤을 가르쳐줘 화제가 됐다. 방탄소년단도 2017년 엘런 쇼에 출연했다.

토크쇼 분야의 최고 자리를 지켜온 그가 하차를 결정한 건 ‘제작진 갑질 논란’으로 시청률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프로그램의 전·현직 제작진 30여명은 “직장 내 괴롭힘과 인종차별에 만연했다”고 폭로했다.

코로나19 이후 쇼를 엘런의 집에서 촬영하게 됐는데, 이때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인력을 따로 고용해 논란이 됐다. 거기다 프로듀서들이 흑인 제작진을 무시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추가 폭로도 나왔다. 당시 한 제작진은 “엘런 쇼에서 일하기 위해선 영화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 속 배경처럼 혹독한 환경을 견뎌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출신인 디제너러스는 1980년대 연극배우로 데뷔해 스탠드업 코미디, 시트콤,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특히 진행 능력을 인정받아 2003년 엘런 디제너러스 쇼를 열었고 ‘오프라 윈프리 쇼’ 이후 최고의 낮 시간대 토크쇼라는 명성을 얻었다. 디제너러스는 이 쇼로 텔레비전 방송계의 아카데미상 격인 에미상을 60여 차례 수상하는 영예도 누렸다.

디제너러스는 지난 1997년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성 소수자다. 동성 간 결혼이 미국 일부 주에서 합법화된 뒤인 2008년, 배우 포샤 드로시와 결혼했다.
2014년엔 성 소수자 매체 아웃매거진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 소수자’ 순위에서 팀 쿡 애플 CEO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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