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루머 퍼뜨리고 확대 재생산
누리꾼 추측·불신에 경찰만 곤혹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22)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론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수사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 조직 내에서는 누리꾼의 추측과 불신 여론이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누리꾼 추측·불신에 경찰만 곤혹
이에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누리꾼들이 상상력에 근거해 제기한 의혹에 대해 경찰은 일일이 확인하고, 혹시라도 모르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이) 치안 낭비를 가져오고, 다른 사건에 대한 수사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한강 실종 대학생 손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사전동의 42만4000여명을 넘어섰다.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얻으면 청원 내용이 웹사이트에 공개되는데, 시민들의 사전동의만으로도 청와대의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손씨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반영된 셈이다.
손씨 사망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비해, 경찰의 수사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3일 처음으로 손씨 사인을 '익사'라 밝히고, 행적에 일부 공백이 있었음을 규명하자 누리꾼들은 "익사의 원인이 중요하다", "경찰 수사가 느리다"는 등의 질타가 잇따랐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언론 보도 이후에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모습으로 비춰진 측면이 있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목격자 확보 등 초동조치가 늦었다는 지적도 유효하다"며 이같은 여론의 배경을 짚었다.
여러 추측이 나오고, 수사 불신 흐름이 계속되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관은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언론에 노출이 됐다고 해서 국민에게 일일이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 하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경찰이 무차별적인 추측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수사력이 과도하게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손씨 사건을 수사 중인)서초경찰서 강력팀은 모든 인원이 손씨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초서가 사건사고가 적은 곳도 아닌데, (우선 순위에서)밀린 다른 사건들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수사는 절차상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과도한 추측과 불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작은 단서도 간과하지 않는 적극적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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