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제주도 “밤에는 보말도 줍지마라”…해루질 금지에 집단행동 예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7 02:00

수정 2021.05.17 01:59

마을어장 보호…수산 동·식물 포획·채취 제한 고시
동호인단체들 “왜 한쪽 말만 듣나…괸당 도정” 비판  
제주시 한림읍 한수어촌계 소속 어업인들이 2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해루질 동호인의 마을어장 침입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1.04.29. [뉴시스]
제주시 한림읍 한수어촌계 소속 어업인들이 2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해루질 동호인의 마을어장 침입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1.04.29. [뉴시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가 전국에선 처음으로 고시로 야간 해루질을 금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어촌계와 동호인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레저 목적이라도, 어촌계 생업을 위협하는 수산물 채취 행위는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제주해루질밴드를 포함해 지역 해루질 동호인들은 16일 자료를 내고 “제주도는 정확한 근거 없이 전국민의 해루질을 금지시켰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오는 18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의 집회 신고서를 낸 상태다.

해루질은 예로부터 물 빠진 해안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로 주로 밤에 횃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로방식이다.
야간 맨손어업이라고도 한다.

■ 바다는 공공재…일부 어촌계, 낮에도 출입 통제

이들은 이날 자료를 통해 “제주도가 어촌계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도민·관광객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고시 내용의 근간은 수산자원 보호에 있다. 해루질 인구가 1000명이면 낚시 인구는 10만명이지만, 야간 낚시는 허용하고, 해루질만 금지함으로써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무런 근거도 조사도 없는 제주 특유의 ‘괸당(혈족·친족) 정치’의 표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또 “일부 어촌계는 낮에도 바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바다는 공공재”라며 “어촌계에서 종패를 뿌려 양식을 하는 소라·전복·해삼 등 종패류를 제외하고, 자연산인 물고기와 게류·오징어·문어만 잡는 것은 위법이 아니며, 어촌계가 바다의 모든 수산물을 독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지역 마을어장 분포 현황 [제주해루질밴드 제공]
제주지역 마을어장 분포 현황 [제주해루질밴드 제공]

이들은“실제로 법원 판례(2002고단211)를 보면, 예로부터 자연산 수산물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나와 있지만, 어촌계에서는 자기들의 바다에 들어가려면 허락을 맡아야 하고, 자기들의 바다에서 나오는 모든 수산물은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주도 바다의 99%가 마을어장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 국회의결 거치지 않아 법률유보 원칙 위배 지적

이들은 이어 “해양 정화활동 실천 단체인 ‘플로빙코리아’에서는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마을어장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어촌계에서 자신들의 바다에 들어가지 못 하게 해 해양 쓰레기 수거에도 차질을 빗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주도는 제주바다를 어촌계의 독점권을 인정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바다를 공공재가 아닌 토지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에 질의한 결과, 바다는 공공재이며 양식하는 종패 외에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가 없다. 또 바다는 어느 단체나 개인에게 소유될 수 없는 공공재임을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제주도는 이를 외면하며 해루질 금지 고시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고시는 법률 유보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면서 “국민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과하는 사항은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도는 도내 곳곳에서 발생하는 해루질 분쟁을 막기 위해 지난 4월7일 ‘비어업인 및 맨손 어업인에 대한 수산 동·식물 포획·채취의 제한 및 조건’을 고시하고, 야간 시간대 마을어장 내 해루질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해루진 동호인의 어장 내 조업시간을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 내’로 한정했다.

제주해녀 물질작업 [제주도제공]
제주해녀 물질작업 [제주도제공]

이에 따라 야간에 관광객이나 도민이 마을어장에서 보말(고둥)을 한 마리만 잡아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불법 어구를 사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 어촌계 “마을어장은 생업 터전…출입 막아달라”

도는 고시이후 도는 어업감독공무원 26명을 단속반으로 편성하고, 해경의 추가 단속 인력을 동원해 도내 어촌계 마을어장에서의 해루질을 적극 단속하고 있다. 관광·레저 명목이라고 하더라도 어촌계 생업을 훼손하는 행위는 역점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어촌계에서는 아예 “해루질 동호회의 마을어장 출입을 막아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한수어촌계 소속 해녀와 어업인들은 지난달 2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루질하는 사람들과 분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마을어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관계부서에 요구했다. “마을어장이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걸 알아달라”고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야간 해루지 금지 고시는 상업적 목적으로 무분별한 채취를 일삼는 일부 다이버들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모든 레저인에게 적용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해루질밴드 "고시를 만들기 전에 행정이 동호인들의 입장도 듣지 않았다“며 ”우리는 어촌계와 대화할 의향이 있는데, 오히려 제주도가 고시를 만들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행 고시가 계속 유지된다면,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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