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3년 반만에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국립극장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진행한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사업을 완료하고 18일 기자들에게 변화된 내부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극장 핵심 공간인 무대와 객석, 로비를 전면 개보수한 것은 1973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이번 리모델링 사업에는 국비 658억원이 투입됐다.
전기음향에서는 프랑스 '엘-어쿠스틱스'사의 '몰입형 입체음향 시스템(L-ISA)'을 국내 공연장 최초로 도입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에 설치된바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와 이태원에 위치한 블루스퀘어에서 이 회사의 스피커를 사용중이다.
해오름극장에는 메인스피커 59대와 프론트 스피커 16대, 서라운드 스피커 48대, 효과 스피커 9대 등 총 132대 스피커로 입체적인 음향이 가능케 디자인됐다. 이를 통해 음향의 사각지대 없이 객석 어느 위치에서도 선명하고 생생한 음감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공연장 음향 시스템은 객석 좌·우측과 중앙에 스피커가 설치된 형태로 객석 중앙의 정삼각형 구역이 최적의 감상 위치로 나타나며 이 위치를 벗어날수록 균질한 음향이나 풍부한 음상 이미지를 감상하기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었다.
조명설비는 일반 조명기기 사용과 무빙 라이트, 포그 머신 등 특수 장치 사용을 손쉽게 전환하는 시스템을 갖춰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객석 조명 또한 무대 실연자의 눈부심을 최소화하도록 배려했으며 각각의 램프를 분리 운영 할 수 있어 감각적인 객석 조명 연출도 가능하다.
무대 뒤 공간에도 긍정적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분장실이 총 9개였으나 리모델링을 통해 두 배인 18개로 늘렸다. 1층에 출연자 휴게실을 비롯해 개인 분장실 3개와 단체 분장실 7개, 2층에는 리딩룸 1개와 단체 분장실 2개, 지층에는 달오름극장 공연 시에도 활용 가능한 6개의 예비 분장실을 설치해 실연자 이용 환경도 개선했다.
1950년 세워진 국립극장은 1973년 10월 현재 위치로 이전해 남산 시대를 맞이했다. 남산 개관 당시에 약 1322㎡ 넓이의 무대와 3개 층 1494석의 객석, 당시로써는 최첨단 시설인 회전무대, 수동식 장치 봉 등을 갖췄다. 그러나 시설 노후로 다양한 현대 공연 기법의 구현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상태였으며 관람환경 또한 낙후됐다는 평을 받아왔다. 지난 2004년 한차례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나 공연장 로비 및 객석 등의 인테리어 보수에 그쳤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자연음향 공연과 다양한 연출방식의 수용이 가능해져 보다 현대적이고 수준 높은 공연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향후 국악과 클래식 음악 등 자연음향의 소릿결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서도 손색없게 하고 창극과 뮤지컬, 연극, 무용, 심지어 팝 공연도 가능한 최고의 복합공연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도록 하겠다. 미비한 부분의 보완을 꾸준히 해 국립극장을 중심으로 인근의 모든 외부 부분과 공간들에 예술의 향기가 배어날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극장은 오는 6월부터 8월까지 공연장을 시범 운영한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개선해야 할 사항을 보완해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 시작되는 9월 공식 재개관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국립창극단의 '귀토', 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국립무용단 '산조' 등이 무대에 오른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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