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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가점제 100%까지 높인 후 중대형 청약도 전쟁이 됐다 [추첨제가 사라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0 17:53

수정 2021.05.20 18:55

(中) 규제가 낳은 부메랑
8·2대책 이후 소형 추첨 물량 사라져
저가점자·유주택자들 중대형 몰려
서울 재개발 사업 중소형 80% 의무
조합원 중대형 선호 겹쳐 품귀현상
소형 가점제 100%까지 높인 후 중대형 청약도 전쟁이 됐다 [추첨제가 사라졌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2017년 발표된 8·2대책이 청약시장을 가점제 위주로 완전히 바꾸는 분수령이 됐다. 사실상 규제지역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는 추첨 물량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민평수라 불리던 85㎡ 이하의 추첨물량이 급감하자 청약 저가점자나 유주택자들은 자연스레 추첨제가 있는 85㎡ 초과 중대형으로 몰렸다. 그러나, 중대형 물량조차 정비사업 관련 규제와 중소형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품귀를 빚고 있다.

■8·2대책, 추첨제 종말의 시작

20일 부동산114와 청약시장 등에 따르면 2015~2021년 4월 기준 전국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의 규모별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보면 올해 전용 85㎡ 초과 중대형 청약경쟁률은 33.82대 1로 가장 높았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9.99대 1 △2016년 18.16대 1 △2017년 16.36대 1 수준이었지만 지난 5년 사이 경쟁률이 두 배이상 껑충 뛴 셈이다.

중대형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두드러지게 오른 건 2017년 청약시장이 무주택자들을 위해 가점제 위주로 개편된 게 결정적이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통해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청약 가점제 적용 비율을 확대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100%, 조정대상지역 75%를 가점제로 적용토록 했다. 이전에는 85㎡ 이하라도 투기과열지구는 75%, 조정대상지역은 40%만 가점제를 인정해 저가점자들에게도 추첨제의 기회를 줬다.

하지만, 8·2대책을 계기로 추첨제가 적용되는 85㎡ 초과 중대형으로 저가점자나 유주택자들이 대거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저가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2·4대책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에 한해 85㎡이하 주택의 30%를 추첨제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4대책에 국한되는 제도인데다 민간 공급의 제약은 여전해 추첨제 물량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소형 80% 의무 등 서울은 바늘구멍

시장에 공급되는 중대형 아파트 자체도 지속적으로 감소한 게 추첨물량을 더욱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특히 5~6년 전만해도 시장에서는 중소형 선호도가 높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지나치게 중소형 위주의 공급으로 쏠리면서 수급불균형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보통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들은 10년 전 사업계획을 세운 경우가 많은데 당시만해도 미분양이 심각했고 중소형 선호현상이 두드러져 일반분양은 중소형 위주로 채우는게 대세였다"면서 "이제와서 중대형이 인기가 많아졌다고 설계를 변경한다면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원래대로 진행하다보니 중대형 물량이 모자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이 많은데 중대형물량 제한 규제가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0조의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을 보면 '재개발 사업은 주택 전체 가구 수의 80% 이상을 85㎡ 이하 규모의 주택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더욱이 평형 우선권이 있는 조합원들의 중대형 선호현상이 심화된 것도 일반 중대형 물량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분양을 앞두고 있는 반포 원베일리도 조합원이 전용면적 84~234㎡ 중대형 주택을 모두 가져가고 일반분양은 46~74㎡ 중소형 주택만 공급될 예정이다. 1만 가구가 넘는 둔촌주공도 일반 분양분은 전량 85㎡ 이하의 가점제 물량으로 채워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원이 1+1 주택을 배정받으면 다주택자로 분류되면서 이주비 대출이나 중도금, 잔금대출이 어려워지고, 세금 문제도 대두되면서 대형평형 선호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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