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술 의사 상해죄로 고소
경찰 "새로운 사실없다" 종결
사기·의료법위반 혐의만 적용
법조계 "상해·살인죄로 봐야"
자신이 집도할 것처럼 상담을 한 의사와 환자 마취 후 실제 수술을 한 의사가 다른 이른바 '유령수술'의 피해자가 당시 병원 원장을 살인미수와 중상해 혐의로 고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16년 같은 사건을 상해 혐의로 고소했으나 불기소 결정이 나왔고 이후 추가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경찰 "새로운 사실없다" 종결
사기·의료법위반 혐의만 적용
법조계 "상해·살인죄로 봐야"
고소인은 2014년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진상규명에 나선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피해자 중 한 명으로, 당시 원장인 유모씨는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만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유령수술 살인미수 고소 '불송치'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가 의료사고 피해자 한모씨가 그랜드성형외과 전 원장 유모씨를 살인미수와 중상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지난 3월 불송치 처분했다.
강남서는 불송치결정서에서 "고소인이 피의자에 대해 본 건과 동일한 사실관계로 상해 혐의 고소했던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서 '범의 인정되지 않아 혐의없다'는 불기소처분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며 "다른 피해환자들의 고소건도 같은 처분이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사유를 밝혔다.
고소인인 한씨는 유씨에 대한 형사1심 판결문에서 "의사의 직무상 일반적인 범죄유형을 벗어난 극히 반사회적(대리수술 등)", "(이 사건 범행은)직업윤리의식 부재로 인한 도덕적 해이의 정도가 자정능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지에 관해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적시된 것을 재고소의 배경으로 내세웠으나 경찰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아니라고 봤다.
강남서는 "본 건에 대해서는 죄명만 달리할 뿐 이미 동일 사건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존재한다"며 "수사를 개시할 만한 새로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었다거나 고소인이 이를 소명한 경우에도 해명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6년 4월 1일 한씨를 비롯한 유령수술 피해자들이 유씨 등을 상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기소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고소인들에게 수술 동의를 받지 않은 치과의사가 고소인을 수술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치과의사가 고소인에게 상해를 가할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혐의가 없다고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이에 법조계에선 수술 등 의료인의 의료행위가 그 자체로 상해죄를 구성하지만 환자의 승낙과 업무로 인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다수설과 범의가 없으므로 애초부터 상해가 아니라는 소수설이 대립하고 있다.
■법조계 "유령수술 '상해'로 봐야"
임상규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2019년 발표한 논문 '의료행위의 정당화와 면책가능성'에서 레지던트 2년차 산부인과 전공의가 전문의 지도나 적절한 사전검사 없이 자궁외임신을 자궁근종으로 오진해 자궁을 적출한 사례에서 단순한 업무상과실치상을 인정한 것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가령, X-Ray를 뒤집어 보고 멀쩡한 오른쪽 신장을 적출한 경우, 방치되어 질환이 심화된 왼쪽 신장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을, 오른쪽 신장에 대해서는 고의상해를 논해야 한다"며 "전자를 후자에 포함시켜 논의할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의사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물며 단순한 오진을 넘어 이익극대화를 위해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집도의를 다른 의사로 교체하고, 심지어는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시키는 유령수술 사례에 상해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형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권대희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은 25살 대학생이던 권씨가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당시 병원이 동시에 다수 수술을 진행하며 집도의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6개월차 유령의사, 마취과의사가 수술실을 오가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실CCTV까지 확보해 수술 중 권씨가 치사량인 3500cc의 피를 흘리고도 수혈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검찰은 의료진에게 업무상과실만을 물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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