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네티즌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으로 향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그동안 함께 한 페미니즘 관련 행사들을 거론하며 후원 철회에 나선 것이다.
21일 MLBPARK, 에펨코리아, 보배드림 등 남성 중심의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에는 “초록우산 후원 해지했습니다”, “초록우산 해지 문의 넣고 자동이체 해지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 중인 분들 후원 취소하세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18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후원한 영어책모임 ‘페미-수다’ 1기 모임 공고글이 됐다. 해당 글에는 “엄마인 나, 딸인 나로서 우리 모두가 겪었거나 겪을지도 모르는 불평등한 경험들 앞에서 ‘이렇게 해야해~, 이렇게 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주는 [엄마는 페미니스트: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가지 방법] 소책자(원서)를 읽어보며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 보아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네티즌들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2018년 여성가족부, 롯데지주와 함께 도서관, 서점에 ‘성평등 도서존’을 신설한 점도 거론됐다. 또 당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를 이끌던 김은경 소장이 ‘페미니즘으로부터 사회복지실천, 질적 방법으로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에서 좌장을 맡았던 점 등도 문제 삼았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남성 네티즌들은 “초록우산도 페미가 잔뜩 묻어 있었네요”, “아이들 따뜻한 밥 먹이고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초록우산 믿고 후원했는데, 돈을 애먼 곳에 쓰고 있었다”, “이렇게 제 후원금이 페미니즘 연구와 교육에 빨리고 있었다니 충격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해왔던 후원을 철회한다는 인증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남성 네티즌들은 그동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납입해왔던 내역을 공개하면서 “페미와 연관된 단체에 더 이상 후원하고 싶지 않다. 후원 중단을 요청한다”며 후원중단 및 취소를 신청했다는 글을 앞다퉈 게재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어린이도서관건은 공공도서관으로서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책모임을 위한 장소 제공으로 참여한 바 해당 모임과는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모든 사업은 UN아동권리협약을 기준으로 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정치·종교·인종·성별에 따른 편향성을 갖지 않고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사업을 수행해나가고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게재 및 확산할 경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아동지원사업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재단 관계자는 "실제 후원 철회 문의가 많아져 입장문을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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