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끝> 청약제 개편 전문가 의견
■4년간 20번의 청약제 '누더기' 손질
23일 국회·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여당 내에서 1인 가구와 청년층을 위한 청약 제도 개편 방안이 논의 중이다. 규제지역의 경우 100%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는 전용면적 85㎡ 이하에 일반분양(민간분양)은 추첨제 물량을 일부 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공급이 부족해졌다라는 정부 진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2·4대책을 통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새로운 공공 방식의 정비사업 물량(공공분양)을 공급할 때 전용면적 85㎡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전체 일반공급분 중 3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잇따른 청약제도 개편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약제도 세부사항을 규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20회나 바꿨기 때문이다. 25번의 부동산대책에 밀려 눈에 띄진 않았지만, 1년에 5번 꼴로 바뀐 셈이다.
그럼에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청약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 땜질식 처방만 이뤄졌을 뿐,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가점제에 불만이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당첨이 되게끔 청약을 바꾸다보니 너무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문제점이 있다"면서도 "지금의 무주택자는 오피스텔을 100채, 토지가 1만평이 있어도 무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기타 자산 규모에 따른 1순위 청약을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점제와 추첨제 내에서 해답을 찾기보다 선분양, 후분양의 고민이 진행돼야 한다"며 "분양 물량을 나눠 후분양에 가점이 부족한 청약자들의 참여 기회를 넓힌다면 시세차익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진행 중인 전용 85㎡이하 민간분양에 추첨제 물량 배정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다수가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가점이 낮은 예비청약자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기회가 생기는 점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아 보인다"며 "가점제와 추첨제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불만을 가장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도 "지금 가점제도 가점이 너무 높아 준추첨제로 여겨진다"며 "다자녀 특별공급도 자녀가 3명인 가장이 청약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차라리 전부 추첨제로 가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 배려·대출 완화 등 가점 대안 시급
전문가들은 청약제도의 근본 문제로 한결같이 '공급 부족'을 꼽았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고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던 불과 3~4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청약경쟁은 없어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며 로또 청약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10억원짜리 아파트가 분상제로 5억원에 책정됐다면, 이를 9억원에 분양한 뒤 차익 4억원을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재분배하면 로또 청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청약제도 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약제도 개선은 항상 반대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일부 물량은 시세에 가깝게 80~90%로 내놓고, 분상제 물량은 자녀가 3명 이상인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공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상제로 분양가를 낮추기보다는 차라리 대출을 많이 허용하는 편이 낫다"며 "로또 청약을 불식시키려면 분양가를 높여야 하는데, 차라리 9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대출을 해주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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