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빈손 아니죠?” 승객 휴대폰 주워 사례 요구한 택시기사..“무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4 07:55

수정 2021.05.24 08:16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택시에 휴대전화를 놔두고 내린 승객에게 사례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기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재판방 남신향)은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 기사 김모씨(6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한 도로에서 승객 A씨를 태워 목적지까지 운행했다. 하차한 A씨는 약 1시간 뒤 휴대전화를 놓고 내린 사실을 알아챘고, 돌려받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연락을 취했다.

이에 김씨는 A씨에게 휴대전화 소지 사실을 밝힌 후, 미터기를 찍고 가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A씨가 김씨에게 친구를 보내겠다고 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씨에게 “(내가) 못 오게 한 건 아니지 않느냐”, “설마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고 말했고, A씨는 “그럼 가지고 계세요. 제가 경찰에 얘기할게요”라고 응수했다. 김씨는 “마음대로 하라”고 답한 뒤 휴대전화를 별도 처분하지 않고 있다가 A씨 신고를 받은 경찰 연락에 이를 A씨에게 돌려줬다.

검찰은 김씨가 휴대전화를 가질 생각으로 곧바로 반환하지 않았다며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김씨가 불법으로 A씨의 휴대폰을 가져갈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해 이번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는 발언을 금액을 정하지 않은 사례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한다고 해도 이런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불법 취득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피해자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듣고도 이를 처분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불법 취득 의사로 휴대전화를 반환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실물법 제4조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 가액의 5~20% 범위 내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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