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中패권 아래 표류중"
-대북정책 여전히 말뿐
-대북정책 여전히 말뿐
[파이낸셜뉴스]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진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볼턴은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미국이 한국을 만났을 때 뉴스가 없다는 것이 나쁜 뉴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문 대통령의 첫 회담이었지만 두 정상 간 논의는 실질적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취임 넉 달이 되도록 인도·태평양에 관한 청사진이 없다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미국은 중요한 두 가지 전략적 문제를 갖고 있는데, 북한의 핵과 재래식 군사적 위협, 미국과 인태지역에서 커지는 중국의 철학적·정치군사적·경제적 위협"이라면서 "이 같은 도전과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은 미국이 아태지역에 다시 관심을 집중하기 위한 모든 노력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번 회담은 바이든 정부가 취임 넉 달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본질보다는 레토릭(수사)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며 "예를 들어 미국 당국자들은 반복해서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전임자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실제로 어떨지에 대해서는 눈에 띄게 말을 아꼈다"고 꼬집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양측의 공동성명은 간접적으로만 언급했다"며 "중국을 북핵 6자회담의 참가국으로만 대한다거나, 별 관심 없는 주최측 또는 중재자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김씨일가의 독재정권과 오늘날 현실까지 중국이 지녀온 본질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오랫동안 뒤에 숨어있었고,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이를 너무 기꺼이 묵인해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볼턴은 "한반도 통일을 두고 미국과 한국의 방법론은 다르지만 두 나라 모두 궁극적 정책 목표이고, 중국은 그것을 실현시키는 데 중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시진핑은 '하나의 한국'을 만드는 데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강요받을 때에만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바이든은 북한의 위협, 특히 일본과 미국에 대한 위협이 중국의 가까이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더이상 행동의 결과를 회피하도록 둘 수 없으며,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과 한국 지도자들이 전략 수립을 시작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쿼드 가입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아직 시작 단계인 쿼드와는 떨어져서 점증하는 중국의 패권 하에 표류하고 있는데, 이는 동아시아에 대한 시 주석의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한국이 꺼린다면 쿼드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대만이나 싱가포르가 합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추구하면 일본과 다른 국가들이 핵 무기를 추구할 가능성은 커진다"며 "이 점을 중국에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볼턴은 미국 공화당 초강경 '매파' 세력인 네오콘의 핵심 인사로, 부시 정부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정책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2019년 하노이 북미 협상을 결렬시키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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