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보건복지위 공청회 앞둬
보건복지위 제1현안으로 관심 급증
유령수술 사건 곳곳에서 터져 논란↑
정부는 '수술실 입구 CCTV' 고집 중
[파이낸셜뉴스] 2014년 서울 강남의 손꼽히는 대형 성형외과에서 불거진 유령수술 스캔들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쌍꺼풀과 코수술을 받던 중 중태에 빠져 숨진 예비 대학생 사건이 논란이 된 뒤 진상조사에 나선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진상조사를 거쳐 최소 수십명의 환자가 이 병원에서 집도의가 아닌 의사에게 유령수술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과 검찰에 이를 고발했다.
보건복지위 제1현안으로 관심 급증
유령수술 사건 곳곳에서 터져 논란↑
정부는 '수술실 입구 CCTV' 고집 중
의사회와 피해 환자들은 동의받지 않은 의사가 집도의 대신 마취된 환자의 몸에 칼을 댄 것이 상해죄에 해당한다며 고발했으나 당시 검찰은 범행의 의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결국 사건은 수술을 하기로 했던 의사와 실제 수술에 들어간 의사의 몸값 차이에 따른 사기죄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됐다.
거듭되는 유령수술, 일부 일탈행위 넘어서
의료계에선 약속한 의사와 전혀 다른 의사가 수술에 들어가는 일이 일상화돼선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환자와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수술방법 등을 예비하는 집도의와 달리 실제 수술에 들어가는 의사는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경험이 일천한 의사나 아예 의사자격이 없는 무자격자에게 대신 수술을 시켜도 환자가 이를 알 수 없고, 결과적으로 부작용 및 의료사고 우려가 증폭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비판은 불과 2년 만에 현실화됐다. 경찰과 검찰이 2014년 유령수술 스캔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던 사이, 2016년 위 사건 병원과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다른 성형외과에서 유령수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른바 권대희 사건이다.
2016년 발생한 권대희 사건은 유령수술이 어느 병원 한 곳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보여줬다. 해당 사건은 군 전역 후 콤플렉스이던 턱을 다듬고자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25살 고 권대희씨가 수술 중 과다출혈로 끝내 숨지며 발생했다.
성형수술에 걱정이 많던 권씨는 수술 수달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후보군을 추리고 직접 발품을 팔아 원장 및 실장 등과 면담을 거쳐 해당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던 원장의 말과 마취과 의사가 상주한다는 사실,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는 내용 등이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 같은 홍보가 실상과 달랐다는 데 있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수술 정황은 충격적이었다. 이 병원은 통상 수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했는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환자에게 집도를 하겠다고 한 원장이 수술실에 들어와 환자의 뼈만 절개하고 다른 수술실으로 옮겨가 역시 뼈를 절개하고 다시 다른 수술실로 옮겨간다. 원장이 나간 자리는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갓 졸업한 20대 유령의사가 이어받는다. 수술대에 누은 환자는 그 존재조차 모른다.
병원엔 마취과의사가 상주하지만 동시에 벌어지는 여러 수술실을 오가며 상황을 봐야 해 어느 한 환자에 대한 충실한 관리는 어렵다. 병원엔 수혈할 혈액도 준비돼 있지 않고,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간호사 역시 없다. 이른바 공장식 유령수술이다.
유령수술 부적절 자문 혐의로 고발까지
비슷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경기도 한 병원에서 어깨 등 관절수술을 받고 2명의 환자가 연달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병원은 검사장 출신 전관인 유상범 변호사를 고용해 자문을 받았는데, 유 변호사는 실제 수술을 한 자격 없는 사람 대신 정식 의사가 수술을 한 것처럼 꾸미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유령수술을 사실상 은폐한 것으로, 권대희 사건 유족이기도 한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이 직접 유 의원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유 변호사는 유령수술 관련 자문을 하고 불과 5개월만에 유령수술 피해자를 자문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이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법제사법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사실상 유령수술과 같은 범죄행위에 사회가 자정능력을 잃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유령수술은 의료계의 오랜 화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국제간호사의날을 맞아 불법·무면허 의료행위 현장에 내몰리는 간호사들의 사례를 고발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PA(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간호사라 불리는 이들로, 이들이 전공의 대신 수술을 진행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란 사실이 언급됐다.
이들은 PA가 수술 외에도 약을 처방하고, 진단서를 쓰는 등 의사가 해야 할 역할 상당부분을 대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현재 PA 간호사는 전국에 약 1만여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령수술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인천의 척추전문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일반 행정직원들이 절개부터 봉합까지 수술행위를 직접 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수술실 영상을 통해 면허가 없는 이들의 수술 장면이 낱낱이 공개된 탓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역시 경찰에 사건을 고발하고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를 열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공청회 열려, 보건복지위 제1현안 부상
병원의 규모와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끊이지 않고 있는 유령수술에 대응해 수술실CCTV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뜨겁다. 현재까지 드러난 유령수술 사태 중 상당수가 수술실CCTV에 의지해 범죄사실을 밝혀냈고, 수술실CCTV가 없는 경우 수사에 상당한 제약이 걸렸다는 점이 이 같은 여론의 배경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유령수술이 사회적 논란이 된 2015년 매년 1회씩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조사가 있었는지를 묻는 본지의 공식 질의에 “감사·감독·검사에 관한 사항 등으로서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만한 정보”라며 비공개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본지가 일선 병원 수곳에 관련 조사가 있었는지를 수차례 문의하자 모두에게서 “관련된 조사는 전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황당한 점은 보건복지부가 수술실CCTV법을 논의 중인 국회에 수술실CCTV를 수술실 안이 아닌 바깥에 달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 같은 정부안을 근거로 수술실CCTV를 내부가 아닌 수술실 입구에 달자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다 거센 비판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지난 7일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안이 어디서 쟁점이 형성되고 있고 어떤 갈등이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수술 현장 자체를 CCTV로 보여주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것 같다”며 “환자가 수술 받을 때 내가 약속한 의사한테 수술을 받는지 여부가 확인되고, 그래서 의료 사고를 조치할 수 있도록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 양쪽 입장을 절충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90%내외의 찬성여론에도 수술실CCTV를 수술실 바깥에 달자는 안을 적극 논의해온 국회는 논란이 커지자 26일 관련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마련한 상태다. 끊이지 않고 있는 유령수술 논란과 수술실CCTV 설치를 촉구하는 여론 앞에 국회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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