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경비원 폭행 사망' 입주민, 항소심도 징역 5년.. 유족 "감사하다"

김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6 17:10

수정 2021.05.26 17:10

재판부, '남 탓'만 하는 입주민 질타 
"자기합리화 등만 하는 자세 견지한
이상 반성의 진정성 느낄 수 없다"
입주민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 사건과 관련해, 최 씨에 대한 상해 혐의를 받는 입주민 심모씨가 지난해 5월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입주민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 사건과 관련해, 최 씨에 대한 상해 혐의를 받는 입주민 심모씨가 지난해 5월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켰다며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입주민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본인의 잘못임에도 ‘남의 탓’으로 떠넘기는 입주민의 태도를 질타했다.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김용하·정총령 부장판사)는 26일 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심모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심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심씨는 선고공판이 시작되기 20분 전 “합의금을 준비 중이고 곧 합의가 될 것 같다”며 재판부에 선고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고, 합의가 될 때까지 선고를 미룰 수 없을뿐더러 돈이 마련됐다고 해서 합의된다는 장담조차 할 수 없어 보인다”며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우선 심씨의 태도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원에 수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음에도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만 한다”며 “피해자나 언론 등을 나무라거나 억울하다며 자기합리화만 꾀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이상 반성문을 통해 피고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 비록 합의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정작 반성과 사과의 상대방이 돼야 할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며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용서받지 못하고 있어 원심 판단 또한 이런 사정을 고려했다. 따라서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판시했다.

재판이 끝난 뒤 최씨의 유족들은 취재진과 만나 울먹이며 소감을 밝혔다. 친형인 최광석씨는 “동생이 하늘에서 영면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제2의 최희석이 나오지 않도록 갑질하는 사람이 있다면 멈춰즈고, 서로 상생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심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이 거주하고 있던 서울 강북의 아파트 경비원 최씨를 3중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밀었다는 이유로 폭행·협박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씨가 신고하자 심씨는 화장실에 가둔 채 폭행하며 사직을 종용하기도 했다.

최씨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다 이후 유서를 남긴 뒤 작년 5월 생을 달리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최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도 최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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