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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있으면 당신도 외교관… 누구나 역사 바로잡을 수 있다" [fn이사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0 19:42

수정 2021.05.30 19:42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 이끄는 박기태 반크 단장
5000만 ‘국민 외교관’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 설립하는 게 목표
"휴대폰 있으면 당신도 외교관… 누구나 역사 바로잡을 수 있다" [fn이사람]
"교양과목 과제로 시작한 펜팔 사이트가 회원 15만명이 넘는 국민 외교의 허브가 됐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국민 외교관'이 될 수 있는 시대, '반크(VANK)'는 왜곡된 역사를 고쳐가는 5000만 국민 외교관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사진)은 30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지금 우리는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 일본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며 "역사를 고쳐가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반크를 통해 의병으로 나서주시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단장은 코로나19 시대 중국, 일본의 역사·문화 공정이 더 심화됐다며 '국민 외교' 활성화를 강력 주장했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글로벌 캠페인, 청원을 통해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단장의 이 같은 신념은 반크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박 단장은 1998년 야간대학 교양 수업에서 '홈페이지 만들기' 과제를 받고 한국을 알리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리고 해외에서 한국어나 한국학을 전공하는 외국인 대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설명하며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박 단장은 "당시 1000여개 대학에 메일을 보냈고 90통 이상의 답장을 받았다"며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일대일 매칭을 통해 교류했다. 과제를 제출했을 때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반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펜팔 사이트에서 국민 외교의 장으로 진화했다. 현재 코로나19가 정치·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주듯,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이 최대 화두였다. 박 단장은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 친구들에게 설명하려고 보니 독도가 '다케시마', 동해가 '일본해'로 돼 있더라. 충격이었다"며 "2001년 한국 바로알기 민간기획단을 시작으로 사이버 외교활동을 펼친 결과 현재 회원 수는 15만명 정도"라고 말했다. 반크의 유튜브 구독자 5만명, 페이스북 팔로어는 3만명이다. 최근에는 잡식왕(35만 3000명), 트레블튜브(71만 8000명) 등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와 협력해 미얀마 사태 관련 글로벌 청원과 같은 글로벌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박 단장에 따르면 역사 왜곡을 고발하는 55개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30만명 이상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상시근무자는 5명이지만 성과는 정부기관이 못하는 일을 해내는 초매머드급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콜린스 사전에 '한복(hanbok)'이라는 단어를 등재시켰다. 중국이 우리 김치를 '파오차이'라며 중국의 것인 양 표기하자 반크가 나섰다. 포털사이트 번역기와 EBS 수능교재에 '김치'가 중국어 '파오차이'라고 번역돼 있는 것을 보고 문제를 제기해 '파오차이'라는 표현을 뺐다. 박 단장은 "중국의 파오차이는 절임배추다. 종류만 수백개인 우리의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여전히) 파오차이라고 규정돼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훈령을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박 단장의 꿈은 5000만명 국민 외교관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 설립이다. 박 단장은 방송통신대학과 같이 퇴직한 외교관 강의를 수강하고 반크의 실전 활동을 거치면 '국민외교관증'을 주는 국민 외교관 양성기관을 꿈꾸고 있다.
박 단장은 "외교에서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지만 온라인 활동만 보면 우리가 최대 규모의 외교대국이 될 수 있다"며 "하버드 램지어 교수,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항할 민간 플레이어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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