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교통사고로 노동능력을 상실해 이를 보상하기 위한 장래 수입을 평가할 때는 사고가 나기 이전부터 갖고 있던 기존 장애나 질병 정도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4월 자택 부근 왕복 10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의식장애·사지마비 등의 영구적인 신체 손상을 입게 됐다.
1심은 A씨가 무단횡단을 했지만, 운전자가 전방과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며 운전자에게 70%의 사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기대수명만큼의 일실수입(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과 향후 치료비·간호비 등을 계산한 뒤 이 금액의 70%와 위자료 등을 더해 7억2000여만원을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가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보험사는 이번 사고 전인 2016년 9월 A씨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사회적·직업적 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태였던 만큼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2심은 보험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A씨가 사고 이전에 이미 노동능력이 40% 상실한 것으로 보고, 이번 사고로는 60%의 노동능력을 잃었다며 1심보다 적은 3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일실수입을 산정할때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 기왕의 장해가 있었다면 그로 인해 노동능력을 상실한 정도를 현재의 노동능력상실률에서 빼는 방법으로 당해 사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현재의 노동능력상실률 100%에서 기왕증(이전부터 있던 질병이나 장애) 기여도로 40%만을 감해 이 사건 사고로 60%의 노동능력을 잃었다고 평가함으로써, 마치 A씨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는 노동능력을 전혀 잃지 않았던 것처럼 일실수입을 계산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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