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미사일 지침 해제 '막말' 비난..韓 "신중히 지켜볼 것"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1 15:45

수정 2021.05.31 15:45

北 국제문제 평론가, 文 대통령 겨냥 "역겹다"
정부 北과의 대화 불씨 살리기에 무게 둔 듯
통일부 "개인 명의의 글.. 北 반응 지켜볼 것"
국방부 "北 반발 있지만 신중히 지켜보겠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사진=뉴스1.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국제문제 평론가 명의의 글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첫 반응을 발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설레발 친다", "비루한 꼴이 역겹다"고 31일 비난했다. 하지만 정부는 "개인 명의의 글인 만큼 직접 논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북한 반응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고 했다. 북한이 고위 당국자 담화·성명이 아닌 평론가 명의의 글로 스피커의 '급'을 낮추며 수위 조절을 했다고 판단,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된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지난 3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문 대통령은) 미국의 앵무새' 담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어, 정부가 이번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명철 국제문제 평론가의 글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 한국의 미사일 지침 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통신은 "(미사일 지침 해제는) 미국이 매달리고 있는 대북 적대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며 "미국과 남조선(한국) 당국이 추구하는 침략 야망을 명백하게 드러낸 이상 우리의 자위적인 방위력 강화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을 향해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설레발 친 남조선 당국자(문 대통령)의 행동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을 저질러 놓고 죄 의식으로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엿보는 그 비루한 꼴이 역겹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같은 날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확인했다.
북한의 입장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어떤 공식 직위나 직함에 따라 발표된 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 명의의 글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정부가 직접 논평하기 보다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반응 등은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후 북한의 첫 반응이고, 평론가 명의의 글이라는 점을 들어 '신중론'을 표명한 것이다.

특히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 비난이 포함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이는 과거 통일부의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30일 통일부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앵무새"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통일부는 "어떤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 또한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어떤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반응에 대해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 또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공식적 논평이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국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동력을 마련하고, 북한과의 외교 대화 기반이 마련된 상황에서 정부가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의제로든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다"며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일부 전문가들은 오늘 나온 글이 발표의 형식 등으로 볼 때 수위가 낮다는 평가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정부로서는 이 반응 한 가지, 발표 형식만 가지고 어떤 입장을 말씀드리기보다는 북한의 반응을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