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1986시즌은 김일융의 부상으로 우울하게 시작됐다. 그러나 정작 김일융이 이탈한 후 5월 27일부터 6월 14일까지 16연승을 내달렸다. 야구기자를 하면서 그런 일은 자주 경험했다.
2021시즌도 그런 기억 가운데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 감독 수가 3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 2명 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늘어났다.
이전 2명의 외국인 감독은 성공을 거뒀다. 그런 이유로 올해도 기대를 모았다. 원조격인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3년 연속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2018년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세 팀은 나란히 최하위에 처져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위 SSG에서 7위 키움까지는 4경기 차로 촘촘하다. 8위 KIA부터는 한계단이 4경기로 뚝 떨어진다. 키움과 10위 롯데는 7.5경기나 벌어져 있다.
외국인 코치들을 초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수준차는 없다. 선수들의 실력차는 있을지 모르지만. 메이저리그 코치들에게 설명을 듣는다고 국내 코치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경우는 드물다. 메이저리그 스타일에 대해서 듣게 되는 것뿐이다.
둘째,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서 위태로워지는 법이 없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상대 선수도 모르고, 우리 편도 잘 모른다. 통역을 통해 국내 코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한다. 전쟁터에서 통역을 대동하고서 전투를 치를 순 없다. 어쩌다 한 번 분위기 전환을 시킬 순 있겠지만 늘 그래서는 이기기 힘들다.
수베로 한화 감독의 독창적인 수비 시프트에 대해서도 한화 선수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후문이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효과적인 전술이라 말하기 힘들다.
상황이 좋을 때나 잘 나갈 땐 별 문제없다. 성적이 나쁠 때 원인을 찾아내 올바른 처방을 내릴 줄 알아야 명감독이다. 8위 KIA, 9위 한화, 10위 롯데를 보면 무대책으로 손놓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팀을 바라보고 있는 팬들은 답답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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