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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갈등 대신 용서”…제주도·도의회와 '상생 화합' 선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1 15:52

수정 2021.05.31 15:56

원희룡 지사·좌남수 의장, '해군기지 건설 과정 잘못' 사과
14년 만에 ‘맞손’…“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지원 위해 최선"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강정마을·제주도·제주도의회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 왼쪽부터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원희룡 제주지사,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강정마을·제주도·제주도의회 상생 화합 공동선언식'. 왼쪽부터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원희룡 제주지사,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고통을 받아왔던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14년 만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는 31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강정 크루즈터미널 앞에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다시 부는 상생 화합의 바람’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선언식은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14년 동안 이어져 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의 요청으로 마련돼 의미가 더 컸다.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강정마을·제주도·제주도의회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에서 원희룡 지사가 인사맗을 하고 있다.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강정마을·제주도·제주도의회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에서 원희룡 지사가 인사맗을 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입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으신 주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주도정이 불공정하게 개입했고, 주민의견 수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한 일”이라며 제주도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원 지사는 “오늘 강정마을과 도의회, 제주도정이 함께하는 상생 선언은 갈등 해소의 끝이 아니라, 완전한 해결을 위한 시작”이라며 “마을회와 상생협약을 맺어 마을주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보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생 화합 퍼포먼스로 진행된 낙관식에 참여한 원희룡 지사
상생 화합 퍼포먼스로 진행된 낙관식에 참여한 원희룡 지사

좌남수 도의회 의장도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과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에 대해 사과했다.

좌 의장은 “강정마을 주민들께서는 그동안 쌓인 아픔과 한을 내려놓고 용서로서 희망찬 미래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고 계신다”며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은 막을 내리고 새로운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정마을 강희봉 회장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마을 공동체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강정마을의 생존권을 위해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을 했던 아픈 역사는 지금을 사는 우리도, 다음 세대도 반드시 기억해야 될 것”이라며 “그러나 뿌리 깊게 내린 갈등과 반목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도와 도의회의 사과를 받고 용서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강정마을 “갈등 대신 용서”…제주도·도의회와 '상생 화합' 선언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강정마을·제주도·제주도의회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의 본 행사로 진행된 상생 화합 퍼포먼스.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 강정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강정마을·제주도·제주도의회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의 본 행사로 진행된 상생 화합 퍼포먼스.

앞서 제주도는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지원을 위해 2025년까지 중기 지방재정계획에 따라 매년 50억원씩 모두 총 2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제주도-강정마을 상생협력 협약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2025년 이후에는 추가 기금 확보를 위해 해군기지 내 크루즈항을 찾는 선박의 입항료와 접안료의 일정 금액을 기금에 반영하는 안이 제시됐다.

양측은 6월 중 협약식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식전 행사로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영국 정착민들 사이의 갈등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줄거리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본 행사 상생 화합 퍼포먼스로 ▷샌드아트 스토리와 어린이 합창 ▷캘리그라피 퍼포먼스와 낙관식 ▷강정마을-도의회-제주도 상생화합 선언 ▷참석 내빈·마을주민의 희망 메시지 전달 등이 진행됐다.
또 식후 행사로 서남방파제 친수공간 조성사업으로 재탄생한 ‘강정 해오름 노을길’ 현장 방문도 이뤄졌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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