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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미사일 지침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1 18:48

수정 2021.05.31 18:48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월 31일 이달 하순 한·미 정상이 합의한 미사일 지침 해제에 대해 "고의적 적대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사진은 최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일대의 조용한 정경. /사진=뉴스1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월 31일 이달 하순 한·미 정상이 합의한 미사일 지침 해제에 대해 "고의적 적대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사진은 최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일대의 조용한 정경. /사진=뉴스1
북한이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에 대해 5월 31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불만을 드러냈다. 즉 "남조선이 공화국(북한)과 주변국들까지 사정권인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최근 한·미 정상 합의에 경계심을 표출하면서다. 특히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표현"이라며 미국을 비난하면서 "일을 저질러놓고 이쪽저쪽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는 비루한 꼴이 역겹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독설을 퍼부었다.

한·미 미사일지침, 즉 '탄도미사일 개발 규제에 대한 지침'은 1979년 체결됐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월남 패망, 주한미군 철수론 등이 맞물려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미사일 개발을 결심한 게 시대적 배경이다. 지미 카터 행정부와 불화했던 박 전 대통령이 핵개발은 접는 대신 미국의 미사일기술을 이전받는 타협의 산물이었다.
탄두중량 500㎏·사거리 180㎞로 제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서다.

이후 2001~2020년 사이 총 4차례 개정으로 사거리와 탄두중량이 차츰 늘어났다. 그러다 이번에 한국으로선 42년 만에 숙원인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되찾은 셈이다. 우리 군이 '미사일 족쇄'에 발이 묶인 사이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했다. 중국이 한반도 전역이 사정거리인 둥펑(東風) 등 중거리미사일만 3000여기를 보유하고 있는 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바이든 정부가 미사일지침 해제에 동의한 건 대중 패권 경쟁까지 염두에 둔 수순이다.

이로써 한국은 중거리미사일뿐 아니라 이론적으론 ICBM 개발까지 가능하게 됐다.
이런 마당에 문재인정부로서도 북한뿐 아니라 중국 전역을 겨냥하는 미국 미사일의 한국 내 배치를 거부할 명분도 약화된 형국이다. 북한의 과민반응은 이로 인해 불리해질 지정학적 함의를 인식했다는 역설적 방증이다.
정부가 미사일지침 해제의 후속 과제를 단계적으로 이행해 북핵이나 중국의 '사드 갑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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