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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아도 사도 稅족쇄… 발목잡힌 '이전의 자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31 18:50

수정 2021.05.31 18:50

6월부터 다주택 양도세 중과
3주택자는 차익 82% 토해내야
"억대 세금 내느니 차라리 보유"
1주택자는 이사갈 매물 씨말라
집 팔아도 사도 稅족쇄… 발목잡힌 '이전의 자유'
"남들은 집값이 많이 올라서 부러워하지만 정작 다른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어도 양도소득세가 3억원이 넘습니다. 설사 다른 집을 산다고 해도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더하면 1억원 가까이 되니 이사할 엄두도 못 냅니다. 그렇다고 눌러앉아도 보유세는 매년 1000만원 이상씩 오를 걸 생각하면 잠이 안옵니다. 강남을 떠나지 않는 이상 꼼짝없이 갇힌 신세입니다."

서울 개포동에 사는 1주택자 김의환씨(48·가명)는 집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남들은 강남 아파트에 산다고 부러워하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6월 1일부터 집값 상승과 공시가 급등으로 다주택자뿐 아니라 자신처럼 1주택자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지만 자녀 교육과 직주근접(직장과 집이 가까운 환경), 생활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는 언감생심이다. 이는 강남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위해 6월부터 보유세와 거래세를 대폭 끌어올렸지만 김씨 같은 1주택자들도 헌법상 기본권인 거주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굳이 집을 팔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1주택자들은 집을 넓히거나 새집으로 이사하려 해도 과도한 세금의 벽에 가로막혔다. 특히 같은 지역의 집값이 일제히 오르다 보니 비슷한 주거환경으로 이사를 꿈꾸는 건 세금과 이사비만 낭비하는 '바보짓'이 돼버렸다.

전문가들은 "지난 4년간 서울 공급을 틀어막은 게 근본 원인이지만 집값 과열기에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퇴로까지 막은 게 뼈아픈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5월 31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다주택자 매물을 늘리겠다고 양도세 중과를 발표했지만, 몸으로 체감할 만큼의 매물이 늘어난 적은 없었다"며 "오히려 정부 정책 때문에 1주택자들도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거래절벽만 심해졌다"고 푸념했다.

6월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내는 양도세 중과 세율은 10%p씩 인상된다. 기본세율+10%p였던 2주택자 중과 세율은 '기본세율 +20%p'로, 기본세율+20%p였던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기본세율+30%p'가 된다.

대부분 집값이 10억원을 넘는 강남은 기본세율 45%를 적용받는다. 게다가 보유한 집이 3채가 넘으면 30%p가 추가돼 총 75%의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를 합산하면 집을 팔 때 최고 82.5% 정도의 세금을 물어야 하는 실정이다.
3주택자가 5억원의 차익을 본 집 한 채를 팔 경우 4억원이 넘는 양도세를 내는 셈이다. 결국, 다주택자를 잡으려던 규제가 거래 급감과 집값 상승 기대감만 키워 1주택자들이나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거주의 자유까지 앗아간 꼴이 됐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유세에 부담을 느껴 집을 팔려는 사람들에게 양도세를 중과하며 퇴로를 막아버린 게 큰 문제"라며 "양도를 하면 보유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산의 손실을 더 입게되는데 누가 집을 내놓겠느냐"고 지적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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