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가슴에 대못 박혔다”···‘62명 사상’ 화물차 사고 희생자 유족 靑청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1 10:43

수정 2021.06.01 10:43

지난 4월 제주도서 3명 사망·59명 부상 교통사고
“관계자들 책임 회피만...사과조차 못 받아”
도로교통법상 차주·운송회사 처벌 못 해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지난 4월 제주도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59명을 다치게 한 화물차 충격사고 희생자 유족의 호소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자식을 잃고 일상이 붕괴된 슬픔에 더해 사건 관계자 누구도 온전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따른 분노가 담겼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62명의 사상자를 냈음에도 반성과 사과조차 없는 화물 차량 운전자와 관계자들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1일 오전 10시 기준 1300명 넘는 이들의 동의를 받았다.

이 사고 희생자 가족으로 보이는 작성자는 “지난 4월 제주대학교 사거리에서 4.5t(화물 적재 8.5t) 화물차가 내리막 언덕길을 주행하다가 정류장에 멈춰서 있던 시내버스 2대와 승객을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성자는 “한라산 백록담 등반 후 이동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저희 아들을 포함한 3명의 희생자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나고, 막 성년이 된 21세 대학생은 혼수상태에 빠져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을 제외한 제주대 학생 및 시민, 관광객 등 50여명도 이 사고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그는 특히 사고 후속 처리 과정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작성자는 “사고를 낸 화물차는 차주가 따로 있는 지입 차량으로, 운송회사·차주·화물차 기사가 각각 계약 관계로 얽혀있다”며 “이들은 책임 회피만 한 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유족들은 사과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후 유족들이 모여 차주와의 만남을 성사시켰지만 차주는 위로의 말 한 마디 없이 본인의 경제적 안위를 걱정하며 40분 정도 자리에 머문 후 황급히 떠났다는 게 작성자 설명이다. 이와 관련 작성자는 “여태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추모 공원에 안장조차 못 하고 아들 방에 유골을 안치했던 저희 가족과 다른 유족들 가슴에 또 하나의 대못이 박혔다”고 울었다.

그는 이 같은 사태를 유발한 법적 허점도 짚었다. 작성자는 “도로교통법상 이러한 교통 사망사고의 경우 ‘운전자’만 과실 치사로 처벌된다”며 “차량 운행과 운용을 관리·감독할 책임을 지닌 차주와 운송회사에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관계자들이 지난 4월 7일 오전 제주시 화북동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전날 저녁 제주대학교 사거리에서 1톤 트럭과 시내버스 2대를 잇따라 충돌한 화물차에 대한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관계자들이 지난 4월 7일 오전 제주시 화북동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전날 저녁 제주대학교 사거리에서 1톤 트럭과 시내버스 2대를 잇따라 충돌한 화물차에 대한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4월 6일 오후 5시59분경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산천단서 주행 중이던 화물트럭이 맞은편 시내버스 2대와 1톤 트럭을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 사진=뉴스1(독자 제공)
지난 4월 6일 오후 5시59분경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산천단서 주행 중이던 화물트럭이 맞은편 시내버스 2대와 1톤 트럭을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 사진=뉴스1(독자 제공)
실제 해당 사고를 낸 운전자 신모씨(41)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 외 이 사건 관련 추가 입건된 사람은 없으며, 사고 원인을 차량 정비불량 문제로 볼 수 없어 회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경찰 관계자 설명이다.

지난 5월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사고 이유는 ‘잦은 브레이크 사용에 따른 제동력 저하’로 분석됐다. 운전자 신씨가 당시 풋브레이크를 자주 밟아 압축공기가 충분히 충전되지 못한 탓에 제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과수는 화물차의 브레이크 자체 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냈다.

다만 과속은 없었다는 게 국과수 및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구간 도로의 제한 속도가 시속 60km이기 때문에 과속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씨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8일로 예정돼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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