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법무사 명의의 구인광고를 보고 채용돼 채권 관련 외근 업무를 하는 줄 알던 남성이 보이스피싱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확정받았다. 구인광고에 속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사기방조 혐의에 대해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40)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법무사 사무소 명의로 나온 ‘법원 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이모 실장이라는 사람과 취업상담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이 실장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하는 일을 한다. 하루 일당 10만원과 회수 금액의 1%를 추가 수당으로 주겠다. 교통비는 별도로 지급 하겠다”는 제안을 수락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실장이란 사람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A씨는 이 조직원이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때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아 성명불상자에게 다시 전달하거나 성명불상자가 지시하는 은행 계좌 등에 입금해 주는 등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보이스피싱인지 알지 못했고, 채권추심 업무로 알았으므로 사기방조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 근무를 포함, 여러 사회생활을 한 점을 근거로 “비정상적인 금융거래의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식할만한 학력 및 사회경험이 있다”며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방조한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보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보이스피싱인줄 몰랐다고 일관되게 진술해 왔고, 이 실장이란 사람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피해자들의 인적사항과 수금액, 이동할 장소, 수금 이후 돈을 전달할 장소나 무통장 입금 계좌 등을 알려주는 단순한 지시가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고, 보이스피싱을 암시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정부나 언론에서 홍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 및 피고인이 1981년생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 경력이 있다는 사정 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을 수거·취합하는 방식’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취합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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