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부터 남편과 함께 시랑대비빔밥을 운영하는 김부옥씨(55)는 자타가 공인하는 임영웅의 '찐팬'이다. 김씨는 일년 전부터 임영웅의 사진과 굿즈, 옷 등을 하나하나 모아 식당 입구와 벽에 도배하다시피 했다. 사진만 1만여 점에 달하고, 관련 물품도 어림잡아 수백여개다. 대부분 발품을 팔아 직접 구입한 것이다.
김씨는 "일년 전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르는 것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면서 "이전에는 트롯에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그때 노래를 듣고 받은 충격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입덕' 순간을 회상했다.
그날 이후 김씨는 아침, 저녁으로 한 시간씩 임영웅의 노래를 들으며 집 주변을 걷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식당일을 시작한 후 20년간 식당과 집만 오가던 단조로운 삶이 임영웅이라는 존재를 알게되면서 활기차고 풍성하게 변했다는 것.
"임영웅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진다. 얼굴도 밝아지고 손님을 대하는 데도 여유가 생기더라. 처음엔 탐탁치 않게 여기던 남편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해주고 오히려 이젠 임영웅의 팬이 됐다"
임영웅이 좋아서 모으기 시작한 사진과 굿즈, 장식들로 가득찬 식당은 임영웅을 사랑하는 부산의 팬들에겐 사랑방이 됐다. 매주 월요일마다 30여명의 팬들이 모여 임영웅의 음악을 듣고 관련 얘기를 나눈다. 올들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모이는 사람들의 수는 많이 적어졌지만 팬심은 오히려 뜨거워졌다고.
김씨는 "내가 좋아하는 임영웅을 저 사람도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도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과 관광객들도 대부분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고 응원해주신다"라고 말했다.
김씨와 팬들은 오는 16일 임영웅의 31번째 생일을 앞두고 주인공 없는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생일케이크와 떡을 준비해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 것.
김씨는 "임영웅의 노래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던 나의 가슴에 울림을 줬고, 그 울림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을 줬다"면서 "멀리 부산에서도 좋아하고 응원해 줄 팬들이 많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행복하게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라며 애정을 가득 담은 팬심을 전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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