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택시기사가 폭행 직후 차량을 잠시 운행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일 이 전 차관이 탑승했던 택시기사 A씨는 이 전 차관에게 목덜미를 잡힌 후 약 10m 정도 차량을 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 상황이 끝난 후의 운행이긴 하지만, 이 전 차관이 A씨를 폭행할 때도 차량 '운행 중'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운행 중인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무겁게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택시기사가 승객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운행 중'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차관에게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이 아닌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해 논란이 됐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 폭행은 반의사불벌죄이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말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 전 차관과 당시 서초서 수사팀, 수사팀 간부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봐주기' 여부를 확인하는 수사하고 있다.
A씨도 합의금을 받고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이 전 차관으로부터 삭제 요구를 받았을뿐 실제 삭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차관은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A씨에게 건넨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의 통상 합의금은 1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은 이에 10배 가량 되는 금액을 전달한 셈이다.
이 전 차관 측은 전날 낸 공식 입장문에서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뿐,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전혀 아니었다"며, "더구나 택시기사는 이 요청에 대해 '보여주지 않으면 되지, 뭐하러 지우냐'는 취지로 거절했고, 실제 블랙박스 영상 원본이나 촬영한 영상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