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사 시큰둥...훙멍OS 국유화 전략 수정
- 국유화 이후도 화웨이 개입 여지有
- 국유화 이후도 화웨이 개입 여지有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코너 끝에 몰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독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모든 기능을 개방원자개원기금회에 기증했다. 사실상 국유화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OS로 중국 내 생태계를 장악한 뒤 구글 안드로이드 등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쟁사 시큰둥...훙멍OS 국유화 전략 수정
7일 증권시보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왕청루 화웨이 소비자 부문 소프트웨어 담당 사장은 최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제조업체는 누구나 개방원자개원기금회에서 코드를 받을 수 있고 플랫폼 기업은 각자 업무에 필요하면 자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서 “화웨이도 원자기금회에서 코드를 받은 뒤 우리 제품의 특성을 더해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2일 모바일기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버전인 훙멍(하오니)OS 2 출시를 발표하면서 미국으로부터 OS독립을 선언했다.
화웨이는 그 동안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를 휴대폰에 적용해왔지만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이후 더 이상 온전한 기능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외면을 받는 배경이 됐다.
따라서 화웨이가 독자적인 OS2 버전을 내놓은 것은 미국의 기술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공식적인 표현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화웨이의 OS 독립은 소비자의 호응을 전제로 한다.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용자가 소수이면 훙멍OS는 플랫폼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중국 기업이라고 해도 훙멍OS를 자사 휴대폰에 적용하는 것은 결국 화웨이의 숨통을 틔어주는 성격이 있다. 샤오미 등 경쟁사들이 조건 없이 이런 화웨이의 기대에 부흥할 것이라고 난관하기 힘들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미국 제재 이후 화웨이가 누리고 있던 중국 안팎의 스마트폰 시장 장악력은 샤오미, 오포 등 경쟁사들에게 넘어갔다. 세계는 물론 중국 시장조차도 화웨이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추락하는 상황이다.
펑파이는 훙멍OS 운영체제의 성공 여부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충분한 회사들이 참여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화웨이 기자회견에선 화웨이 외의 다른 기업들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샤오미는 화웨이 발표 뒤 미국 제재를 받는 중이고 퀄컴 칩을 사용하므로 훙멍OS는 일단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는 “화웨이는 스마트폰 경쟁사”라며 “어떻게 상대의 손에 운명을 맡길 수 있는가”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시보는 “후발 기업이 훙멍OS를 선택할지, 훙몽 플랫폼에 가입할지 여부는 기업의 상업적인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국유화 이후도 화웨이 개입 여지有
화웨이가 홍멍OS를 정부에게 내놓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반응 이후에 나왔다. 화웨이는 기자회견에서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에게 훙멍OS를 함께 사용하고 생태계를 공동 건설할 것을 제안했었다.
결국 표면적으론 기술 독점권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에 대항할 범중국 스마트폰OS 생태계 구성에 정부의 힘을 빌리겠다는 취지다.
원자기금회는 중국 사회행정업무 관리기관인 민정부에 등록됐고 공업부와 정보화부가 주관하는 재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유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기술 소유권을 버렸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 OS는 개발 뒤에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보완이 이어져야 하므로 개발사의 개술 지원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SV인베스트먼트 고영화 고문은 “기술 국유화는 기술 독점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어 훙멍OS 채용에 대한 유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기금회는 기술개발조직이 아니어서 업그레이드와 기술지원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경쟁사들이 훙멍OS 사용에 대해 현재까진 한 발을 빼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 자체가 미국의 의존도를 낮추는 '자력갱생'을 외치며 중국산 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상황이고 △중국 31개 지방정부가 올해 많게는 각각 수만개에 이르는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지역에 구축하며 화웨이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점 △미국의 주장대로라면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돕다가 제재를 받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경쟁사들에게 점차적인 훙멍OS로 전환을 정부가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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