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산업계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강남언니와 로톡의 사례가 주목된다. 이들 플랫폼은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자들에게 의료·미용 및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이익단체가 활동을 제약하는 법률개정에 나서거나,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자체징계에 나서고 있다. 기술 발전에 힘입은 플랫폼기업과 기존 이익단체 사이의 갈등이 전문직 영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제2의 타다 사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타다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며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택시업계와의 갈등 끝에 타다금지법 제정으로 사업을 종료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문제를 다시금 제기한다. 신산업 진출에 대해 벽을 느끼는 원인이야 사업자의 성격이나 처한 환경 등 다양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핵심에 사회의 경직성, 즉 새로운 것에 대한 기득권층의 거부와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사업이 새로운 혁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받아들여지리라는 합리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혁신에서는 기술적 측면보다 고객과 소비자 관점에서의 만족도가 결정적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기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어떤 기술이든 사회 전체의 효용이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혁신이라는 뜻이다.
새로운 혁신세력과 기득권층 간 갈등이 있을 때 정부와 국회의 이해관계 조정이나 규제정비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론적으로 보더라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훌륭한 경제학자와 법학자가 많은 우리나라가 풀지 못할 것도 없다. 변화에 의해 생겨나는 후생증가분이 그에 따른 후생감소분보다 크다면 사회는 그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이때 물론 후생이 감소하는 쪽에 대한 보상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업종 이익집단과 같이 소수의 집중된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큰 소리로 외치지 않는 폭넓은 다수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사회가 합리적 사회다. 이러한 관점에서 간편송금업체로 시작해 업역을 확장함으로써 금융산업 전반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토스가 시사하는 바 크다.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 가상자산 열풍은 우리 사회 신뢰 부재의 단면일 수 있다. 표면적인 이유로서 정부의 잦은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자산 형성 가능성에 벽이 생겨났다는 점이 지목된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와 기득권의 벽이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둑에서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돌 던지다'라는 표현이 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젊음이 돌 던지기 전에 혹시나 되면 좋고 안돼도 어차피 '이생망'이라는 마음에서 돌 던질 수로서 가상자산 투자에 나선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신민영 한국M&A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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