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희 사건' 유족 의료진 사기죄 고소
지난달 유령수술 의사 유죄 판결 이어
유령수술 사기죄로 다뤄질까 관심 커
상해치사·살인 공소장 변경도 주목
[파이낸셜뉴스] 집도의가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고 홍보하고 실제 수술은 일부만 책임졌다면 의료진에게 사기죄가 성립할까.
지난달 유령수술 의사 유죄 판결 이어
유령수술 사기죄로 다뤄질까 관심 커
상해치사·살인 공소장 변경도 주목
환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환자 마취 후 의료진이 수술방을 오가며 동시에 3명을 수술하다 환자를 사망케 한 혐의(사기)를 받는 성형외과 의료진이 피소됐다. 이른바 공장식 유령수술로, 기존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의도에 비추어 부당하다는 게 이유다.
■"끝까지 책임" 환자 마취 후 의사 교대··· '사기'?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 서초경찰서가 고 권대희 사건 유족이 의사 3명을 상대로 낸 사기죄 고소장을 접수해 의료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시작으로, 사기죄 적용이 가능한 지 여부를 전반적으로 살피게 된다.
경희대학교 3학년생이던 권대희씨는 지난 2016년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를 찾아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져 끝내 숨졌다. 유족이 확보한 수술실CC(폐쇄회로)TV 영상에는 권씨 수술 당시 집도의가 뼈만 절개하고 다른 수술방으로 이동했고 집도의가 아닌 의사가 수술을 이어받는 모습, 간호조무사가 의사 없이 권씨를 35분간 지혈한 장면 등이 모두 찍혀 있었다. 이에 업무상과실치사 외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방조 혐의 적용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검찰이 이를 기소하지 않아 논란이 빚어졌다.
이후 법원이 유족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검찰은 지난해 말 무면허의료행위 혐의를 추가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족의 이번 추가 고소는 환자 마취 뒤 광고 및 상담과 달리 집도의가 수술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사기죄를 추가로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앞서 유족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허락받지 않은 의사가 권씨를 수술했고 마침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어 검찰과 재판부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상해치사 혐의도 적용해달라고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 상태다. 법원과 검찰은 유족의 요청을 두고 공소장 변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대리한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기존에 살인죄, 상해치사죄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 건 피해자 사망에 초점을 둔 것"이라며 "이번 사기죄 고소는 유령수술과 공장식 수술이 이뤄졌지만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몰래 유령수술 '사기죄' 적용 사례 "있다"
의료진의 수술이 업무상 과실을 넘어 고의범으로 다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 다만 최근 사법부가 명백한 의료범죄에 대해선 과실이 아닌 고의범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건 지난달 말 대법원에서 사기죄 유죄판결을 받은 그랜드성형외과 전 원장 유모씨 사례다. 2014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주도 진상조사로 이 병원에서 환자 마취 후 기대된 집도의 대신 다른 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진행한 사례가 다수 확인되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상해와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가 이뤄졌으나 검찰은 수술을 하기로 한 의사와 실제 수술한 의사의 몸값 차이를 노린 재산범죄로만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유 전 원장은 1심과 항소심,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아 징역 1년에 벌금 300만원 형이 확정됐다.
또 2010년 경남 김해시 한 병원에서 의사와의 공모 아래 간호조무사가 의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747건의 수술을 단독으로 진행한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사기죄를 인정해 의사와 간호조무사에게 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은 집행유예가 죄에 비해 부당하다고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밖에도 외국출장을 간 기간 동안에 특진비를 받은 환자 수술을 후배에게 맡긴 전 경희의료원장 유모씨가 상습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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