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신상 공유하며 ‘얼평’까지
신고 피해자 90% "불이익 당했다"
최근 공군과 법조계에서 성폭력 피해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직장 내 성폭력은 과거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 왔으나 대책은커녕 2차 피해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 피해자 90% "불이익 당했다"
9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 후 숨진 공군 이모 중사에게 2차 가해를 가한 혐의를 받는 부사관들이 전날부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이 중사의 유족 측은 지난 6월 3일 생전 다른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가 최소 두 차례 더 있다며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당시 공군 내부에서는 이 중사가 예쁜지 안 예쁜지에 대해서 얼굴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 이 중사의 이름, 소속 부대, 임관 기수, 사진, 피해 내용까지 세세히 공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조계에서도 성폭력 피해 사례가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5개월 차 초임 여성 변호사가 로펌 대표 변호사에게 수차례 성폭행과 추행을 당한 것이다.
직장 내 성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왔다. 특히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뒤 2차 가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아 수면 아래서 문제가 곪아왔다.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 결과(2018년)에 따르면 직장 성희롱을 공론화한 피해자의 27.8%는 피해 호소 후 2차 피해를 경험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보면, 피해자의 35.7%는 '신고 이후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 등을 당했고, 16.1%는 '파면이나 해임 등 신분상실 불이익'을 경험했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직장갑질119가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364건의 메일을 분석한 결과, 신고한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우는 90.4%에 달했다. 이 탓에 직장 내 성희롱을 겪고 신고하지 않는 비율은 62.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수직적인 권력관계로 인해 직장 내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성폭력은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통계로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라며 "드러나는 사례는 극히 일부"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은 희사에서 일차적으로 피해 사례를 조사하도록 하고 있는데, 가해자가 고위직인 경우가 많아서 해결이 어려운 것"이라며 "군 역시 군법원이 있어서 군대 내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모양새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가해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 사업장은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으나 처벌이 경미하다"며 "2차 가해 역시 징역형과 벌금형이 가능한 범죄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기소되는 사례는 극히 적다. 2차 가해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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