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재개발구역 건축물 붕괴 사고로 사망한 10대 남학생, 아들 생일 날 숨진 엄마 등 사망자들 사연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 당일인 9일 일부 사망자가 안치된 광주 남구 기독병원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황급히 영안실을 찾던 한 60대 부부는 이 사고로 친척을 잃었다고 했다.
같은 날 사고 현장에서 아들을 다급히 찾는 어머니도 있었다. 9번째 사망자인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17)의 모친이었다. 그녀는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현장으로 달려와 “아들이 버스에 탄 것 같다. 얼굴이라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현장을 지키던 경찰관에게 목 놓아 호소했다. 하지만 2차 붕괴 위험이 있는 탓에 경찰은 그녀를 설득해 제지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오늘 오후 아들이 매몰된 버스를 탔고 버스카드를 결제한 내역을 받았다”면서 “버스 안에 갇혀있는 것 같은데 제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해당 고교생은 비대면 수업일이었지만 동아리 후배들과 만나러 학교에 갔다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 생일날 참변을 당한 60대 어머니 사연도 있었다. 곰탕집을 운영하는 주인이다. 희생자는 이날 아침 생일을 맞은 큰아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 놓고 일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유족은 한 매체에 “가게 문 여느라 아들 얼굴도 못 보고 나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사고는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경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건축물이 인근 정류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54번) 위로 무너져 내리며 벌어졌다. 이 사고로 탑승자 17명(추정)이 매몰됐고, 9명이 숨졌다. 나머지 8명은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는 70대 여성 1명, 60대 여성 4명, 60대 남성 1명, 40대 여성 1명, 30대 여성 1명, 10대 남성 1명이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 가능성을 감안해 수색·잔해 철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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