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중구 약사동 세이골 공원 내 설치
70년 동안 묘지 조차 세우지 못해
유족들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추가 희생자 확인 위해 과거사위 조사 진행중
70년 동안 묘지 조차 세우지 못해
유족들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추가 희생자 확인 위해 과거사위 조사 진행중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8월 사이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적에게 동조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 육군본부 정보국 소속 울산지구 CIC(첩보부대)와 울산 경찰이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민간인 870명을 재판절차도 없이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골짜기와 청량읍 반정고개에서 즉결처형했다. 바로 '울산 보도연맹원 집단총살' 사건이다.
억울한 죽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4·19혁명 있었던 지난 1960년 8월께 울산시 성안동 백양사 앞에 보도연맹 희생자에 대한 합동묘와 묘비를 세웠지만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군부세력이 합동묘를 해체하고 묘비마저 없애버려 이후 위령제는 묘비조차 없는 체육관에서 치러야만 했다.
다행히 이 사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차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로 412명이 진실규명 결정됐다. 이어 2차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출범으로 올해 5월말부터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400여명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일 울산에서는 이들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탑이 건립돼 제막식이 열렸다.
위령탑 건립은 유족회 숙원사업이었다. 2017년 4월, 울산시는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위령사업 등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위령탑 건립을 위한 시 차원의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유족회와 협의를 거쳐 중구 약사동 세이골공원으로 입지를 확정했다.
위령탑 조성 사업에는 모두 총 2억 8360만 원이 투입됐다. 부지 671㎡, 위령탑 높이 5m 규모로 지난해 4월에 착공해 12월에 준공했다.
위령탑은 고깔과 장삼을 걸치고 두 개의 북채를 쥐고 춤추는 민속춤 승무(僧舞)를 형상화 했다. 상처와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날아가는 영혼의 날개 짓을 표현했다.
또 두 마리의 비둘기가 각각 ‘진실’과‘화해’라는 글자가 각자된 올리브가지 잎을 물고 마주보고 있다. 평화를 상징한 표현이다.제막 행사는 ‘한국전쟁 전·후 울산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이라는 명칭으로 열렸다. 진혼무 공연, 경과보고, 감사패 전달, 추념사, 위령탑 제막 등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조종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유족회 회장과 회원, 송철호 울산시장, 박병석 시의회 의장, 박태완 중구청장, 김지근 중구의회 의장, 안현동 중부경찰서장, 이옥남 과거정리위원회 위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조종래 유족회장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숨죽여 아파하고 인내해 온 70년의 세월이었다"며 "희생된 혈육의 넋을 위로하고자 하는 유족들의 오랜 염원을 담은 위령탑을 눈앞에 마주하면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게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한국전쟁 전후 일어난 보도연맹사건은 적에게 동조할지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 죄 없는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이라며 "870여 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70년 세월이 흐른 오늘에서야 이곳 함월산 자락에 위령탑을 세워 억울한 넋들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듬고자 한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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