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콩 박사' 함정희 함씨네토종콩식품 대표
GMO 위험성 알고 콩 연구 시작
'쥐눈이콩 마늘 청국장 환' 특허
20년 한우물… 대통령상 등 수상
GMO 위험성 알고 콩 연구 시작
'쥐눈이콩 마늘 청국장 환' 특허
20년 한우물… 대통령상 등 수상
함씨네토종콩식품을 운영하는 함정희(68)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함씨네토종콩식품은 유기농 콩을 사용해 두부와 청국장 환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2001년 전주시 팔복동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다른 식품 기업들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직원들의 마음은 여느 기업보다 크다.
함 대표는 최근 원광대학교에서 '한국인의 건강관점에서 콩의 영양, 기원 및 유전자원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그는 많은 이들이 암(癌)에 걸리는 이유가 먹는 것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은 먹는 것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노벨상 후보에 오른 지역 기업
함씨네토종콩식품은 오랜 연구 끝에 '쥐눈이콩 마늘 청국장 환'을 만들었다. 새로운 가공 방식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 환을 3개월 이상 먹으면 신체 안의 독소가 빠져 건강을 찾는다는 것이 함 대표의 연구결과다. 미래에 식량 전쟁이 닥칠 거라는 우려와 GMO(유전자조작식품) 등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함 대표가 식품 공부를 시작한 계기다.
20여 년 간 모진 세월을 견디며 '옳은 식품'에 몰두한 결과는 노벨상 후보로 추천 받으며 빛을 발했다. 대한민국 노벨재단은 2019년 함씨네토종콩식품을 실사한 뒤 함 대표를 노벨상 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했다.
노벨상 후보로 추천되면 최종 수상까지 통상 5~20년의 시간이 걸린다. 중국에서는 투유유 중의과학원 교수가 개똥쑥을 이용한 말라리아 약을 개발해 노벨상을 수상한 전례가 있다.
우리 땅에서 나오는 쥐눈이콩(약콩)은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식품이라는 것이 함 대표의 지론이다.
■국산콩 단가 안 맞아 납품 포기
함씨네토종콩식품이 수입 콩에 비해 단가가 높은 국산 콩을 사용하는 이유는 오직 소비자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게 함 대표의 소신이다.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수익 창출보다 소비자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0년 전주시청에서 진행한 안학수 고려대 농학박사의 특강을 들은 뒤부터다. 이전까지 수입 콩을 이용해 두부를 생산,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지만 강의를 들은 뒤 '좋은 먹거리'가 우선이라는 가치관을 갖게 되면서 경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국산 유기농 콩을 사용하게 되자 단가가 높아졌다. 전주지역 한 대형마트까지 납품하고 있었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자진해 대형마트 납품을 포기했다. 당시 대형마트 측에서는 함 대표의 이해하기 힘든 결정에 자필로 납품계약을 취소하는 문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통상 식품업체는 판로개척에 기업의 존폐 여부가 달렸기 때문에 대형마트 납품 포기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수익을 포기하고 연구와 유기농 재료 찾기에 나선 함 대표의 결정에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의 결심을 바꾸긴 힘글었다.
■콩의 꽃말 '언젠가 올 행복'
함 대표는 콩과 식품에 대해 공부를 이어갔다. 고졸이었던 함 대표는 기전대 식품과학과를 마치고 전주대 경영학과에 편입해 졸업했다. 이후 고려대 대학원 경영정보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원광대 대학원 보건행정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업과 식품 연구를 병행했다. 특히 쥐눈이콩이 지닌 효능에 대해 공부해 가공식품을 개발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산 콩을 찾는 것부터 연구과정, 식품 개발과 사업화까지 무수한 위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조력자가 나타나 그를 도왔다.
고생 끝에 낙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통업체들로부터 함씨네토종콩식품에 납품 요청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온라인 판매와 학교 급식 납품 등 찾는 사람이 많아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여 년의 연구개발에 상복도 터졌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표창(2008), 대통령상(2010), 경찰대학교 감사장 수상(201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표창(2011), 2018년 서울대학교 명예의 전당 등재, 2018년 전주 세계슬로워드 수상, 2018년 대한민국 동탄산업 훈장을 받았다. 2019년에는 노벨생리의학상 한국 후보로 함씨네토종콩식품이 선정되며 기적 같은 일을 기다리고 있다.
함정희 대표는 "좋은 식품을 먹어야 코로나19 같은 전염병도 예방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식품만 찾아서는 건강을 지킬 수 없다"며 "생산자가 정성을 들여 만든 식품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명품 가방과 시계 말고, 명품 식품을 찾아 먹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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