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배우자 구합니다"
2018년 2월.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A씨(당시 76)는 지역 생활정보지에 광고 하나를 게재했다. 남은 삶을 함께할 배우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구인광고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50대 여성과 연락이 닿았고, 그들은 행복한 황혼을 꿈꾸며 혼인 생활을 시작했다.
행복은 몇 개월 가지 못했다. 갈등이 반복됐고 잦은 다툼에 서로의 마음은 멀어져만 갔다. 급기야 A씨는 배우자 B씨(56)에게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발언도 잦았다.
결별을 결심한 B씨는 위자료 1억원을 요구했다. A씨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고, 화가 난 B씨는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같은해 5월17일 밤 B씨는 A씨를 향해 흉기를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A씨는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서 숨졌다. 혼인신고를 한 지 20일 만이었다.
A씨의 몸에서는 33차례 베이거나 찔린 상처가 나왔다. 사인은 다발성 자절창에 의한 과다출혈.
B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차를 타고 충북 괴산으로 도주했다. 차량을 버리고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해 음성과 대전, 충남 계룡을 거쳐 논산으로 이동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하루 6~7시간을 걸어 도주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CCTV를 통해 B씨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경찰은 범행 열흘 만에 논산의 한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그를 체포했다.
B씨는 "평소 남편이 집안일 문제로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자주 해 화가 났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11부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B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혼인신고까지 한 피해자에게 수십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이 사건으로 유족이 큰 충격과 상실감을 느끼고 엄벌을 원하고 있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B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과 같은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술에 만취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당한 술을 마신 것은 인정되지만 범행 이후 승용차를 운전해 도주한 점 등으로 볼 때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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