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11일 이준석 후보를 새 당 대표로 선출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36세 청년이 제1야당의 간판으로 등장, 한국 정치사의 신기원을 연 셈이다. 5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표 경선에서 그는 당원 투표에서는 37%로 나경원 후보(40%)에 뒤졌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58%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진부한 기성정치를 타파하라는 국민의 열망이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헌정사에서 유례없는 30대 당수의 출현을 놓고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보수층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오만에 염증을 느낀 중도·무당층의 표심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즉 일반 국민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인 당원의 비중이 높은 영남권 민심조차 정권교체를 위해 이 대표에게 전략적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소 협소한 해석일 듯싶다.
나경원 후보 등 경쟁자들은 이번에 이준석 후보가 대표가 되면 대선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그가 큰 선거를 치른 경험도 없고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임을 부각시키면서다. 하지만 이런 네거티브 선거전이 먹혀들지 않을 만큼 이준석 돌풍은 강력했다. 단지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 못잖게 구제불능의 낡은 정치를 바꿀 세대교체를 향한 갈망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36세 0선’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여성할당제 반대 등 공정함과 능력주의를 내세운 이슈를 선도했다. 그의 이런 주장에 앞으로 국민 다수가 계속 지지를 보낼지는 미지수다. 다만 그의 당선에는 불공정 문제에 대한 2030세대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현 정권 들어 ‘내로남불’ 시비 속에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좋은 일자리는 씨가 마르다시피 하면서 이들의 분노가 커진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대표 앞에는 버거운 과제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차기 대선을 9개월 남겨둔 보수·중도 진영의 통합을 이끌어 정권교체를 기약하는 것도 그 하나다. 그가 취임 일성에서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한 그대로다. 하지만 실천이 관건이다. 그가 미국 하버드 대 출신의 수재라지만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없이 말만 번지르르한 리더십은 자계할 일이다. 혹시 그렇게 되면 그 스스로 ‘젊은 꼰대’로 전락하면서 정권교체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더 큰 틀에서 보면 신세대 야당 당수의 출현이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적 쇄신을 촉발하는 측면도 있다. 금배지를 다는 게 최우선 목표인양 비쳤던 ‘웰빙 야당’의 중진들은 물론이고 현 정권의 기득권 실세들인 86세대에게도 충격파를 던지면서다. 여야 모두 작금의 ‘이준석 신드럼’이 계파·밀실·진영 정치를 타파하라는 국민의 주문임을 인식하고 이에 제대로 부응하기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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