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포천=강근주 기자】 포천시와 ㈜GS포천그린에너지(포천석탄발전소)가 11일 마침내 석탄발전소 분쟁 해소에 합의했다. 이날 박윤국 시장이 밝힌 결정문에 따르면, 포천시는 ㈜GS포천그린에너지와 상생을 위한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이던 양측의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석투본 등 포천시민은 2013년부터 석탄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며 투쟁에 나섰고, 석탄발전소 관련 법적 분쟁은 GS포천그린에너지가 2019년 건축물 사용승인에 대한 포천시 부작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분쟁 쟁점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 여부였다. 건축물 사용승인을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는 포천시 측 주장과, 건축물 사용승인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건축법에 따라 허가받은 사항에 문제가 없다면 건축물을 사용 승인해야한다는 GS 측 주장이 대립했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양측이 대면하게 되는 상황을 예측해 볼 때 법원 판단이 갈등을 종료시키기 보다는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합의점을 찾고 대안을 수립하는 것이 포천시민을 위한 혜안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국 올해 2월 GS는 포천시에 유연탄 감축을 골자로 한 석탄발전소 회의를 요청했고, 포천시는 요청을 받아들여 3월부터 GS와 협의에 들어갔다. 협의의 핵심 논점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과 유연탄 사용량 감축,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정한 오염물질배출량 준수 등 포천시와 GS가 함께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박윤국 시장은 “전임 시장의 아쉬운 판단으로 시작된 석탄발전소 문제에 대해 수년간 석투본과 시민단체, 석탄 반대하는 시민이 힘들게 투쟁했다. 하지만 이제는 힘든 결정을 해야 할 때다. 안타깝지만 우리 시는 GS와의 합의를 통해 지금까지 지속된 갈등을 종결하고,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며 “그동안 함께 노력해온 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협상 이행여부 등을 지속 관찰하고, 환경보전을 위해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석탄발전소 유연탄사용량을 50% 줄이고 연간 오염물질 발생량을 1297톤에서 587톤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은 석투본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가 외롭고 긴 투쟁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석투본 관계자는 “포천시와 GS간 상생 협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고 불만족스럽지만, 그것과 별개로 시장님과 포천시 판단을 존중한다. 포천시는 포천시의 역할을 한 것이고, 앞으로 우리 시민과 석투본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우리의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윤국 포천시장이 11일 발표한 석탄발전소 분쟁 해소 결정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15만 포천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포천시장 박윤국입니다.
코로나19가 1년이 넘도록 우리 삶을 어렵고 불편하게 하지만 방역수칙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시는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생계마저 위협받는 고통을 참고 견디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과학자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기후변화로부터 시작된 전염병이고 앞으로도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는 기후위기가 되어 우리 삶에 어쩌면 더 크고 위험한 공포로 다가와서 시시각각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현재 기온보다 1.5도 제한하는 목표를 세우며 기후위기 대응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2050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워 친환경에너지 전환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취임 후 줄곧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위험한 상황에서 기후위기와 환경보전을 핵심 사안으로 바라봤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책을 지속해서 추진하였습니다. 제가 석탄발전소 문제를 바라봤던 관점이 바로 기후위기 대응이었습니다.
우리 시는 청정한 공기와 맑은 물, 깨끗한 토양을 가진 숲과 물의 도시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후세에 온전히 물려주겠다는 저의 막중한 책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힘들었으며 때로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석탄발전소 문제를 저와 같은 심정으로 바라보았던 석투본과, 각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활동가와 대표님, 그리고 석탄 반대에 뜻을 함께하신 시민 여러분의 노고와 희생에 존경의 마음으로 머리가 숙여지는 것도 저의 외롭고 힘들었던 마음과 같았겠다는 공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생계보다도 먼저였던 석탄반대투쟁은, 석탄이 포천 환경을 개선한다며 찬성하는 일각의 매서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혼신을 불태우셨겠습니까! 그러한 헌신과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는 지에스와 석탄발전소로부터 생기는 갈등을 종결하고 상생협력으로 나아가는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협약에 대한 주요 골자를 말씀드리면, 지에스는 첫째, 최초 사업계획 대비 유연탄을 50% 이상 감축해야 합니다.
둘째는, 최초 승인받았던 환경영향평가에서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1297톤에서 587톤을 넘지 않아야 하며, 석탄발전소와 신평2리 및 신평3리를 관리해야 합니다.
셋째는, 이러한 환경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전문가, 시민, 그리고 포천시가 참여하는 다자협의체인 가칭 환경감시단을 구성하여 관리체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넷째는, 우리 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복지, 문화, 농산물 활용 및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시는 결격사유가 없다면 지에스가 신청하는 건축물 사용 승인 및 bio-SRF 사용을 허가해야 하고, 지에스가 추진할 상생 방안을 지원하기 위해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이행사항이 충족되면 지금까지 갈등을 종결하고 관련된 상호 간 책임을 면제하기로 하였으며, 이러한 협약사항은 연 1회 이상 상호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하였습니다.
본 협약은 양측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이행 사항임을 강조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협약이 어떤 분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분은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포천시 정책을 결정하는 최종 책임자로서 더 이상 갈등상황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우리 시와 시민을 위한 혜안으로 판단했습니다. 포천시장으로서 석탄발전소 가동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제가 부임했을 당시 이미 석탄발전소 시설은 완공되었고, 그나마 건축물 사용 불승인으로 어렵게 버텼지만, 법적 다툼에서 우리 시의 승소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포천 환경에서 숙원이던 석탄을 50% 줄이고 연간 대기오염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석투본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와 시민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과 투쟁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포천시민 여러분, 우리 시는 얼마 전 ‘지방정부 2050탄소중립 공동선언’에 참여하였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을 품고 있는 우리 포천시를 미래세대에 온전하게 물려주기 위하여 사랑하는 15만 포천시민과 함께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을 세워 실천하겠습니다. 기후위기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정책을 만들어 평가하고 보완해나가는 체계를 갖추겠습니다. 이에 관련한 조례를 제정하여 기후예산을 확대하여 제도로 뒷받침하겠습니다.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우리 시 환경문제에 대하여 시민, 전문가 등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협력하여 제도권에서 관과 민이 합심하여 노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습니다.
푸른 숲과 맑은 공기를 위해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스럽게 심고 가꾸어 환경을 보전하듯이, 포천시를 이끌어갈 미래세대가 우리와 함께 포천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지가 곧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포천시가 비옥한 토양이 되겠습니다. 우리 포천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포천 환경을 함께 지킬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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