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강서구는 조선 시대 양천현 지역이었다. 당시 행정구역상 도성 밖에 있던 양천현은 서울은 아니었지만, 바다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에 자리하고 있어 중요한 길목으로 여겨졌다.
서울관광재단이 푸르른 6월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강서구의 관광 명소를 소개했다. 과거 한강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겸재 정선 미술관과 궁산, 녹색 힐링 명소인 서울식물원, 첨단연구단지에 들어선 스페이스K 미술관, 항공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국립항공박물관까지 지하철을 타고 강서구를 누비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는 여행을 떠나보자.
■정선이 그린 한양 풍경 따라 겸재정선미술관
겸재 정선은 자신이 바라본 풍경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진경산수화를 자신만의 화풍으로 발전시켰다. 금강산의 서쪽 지역인 내금강을 둘러보고 그린 ‘금강전도’가 대표작이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겸재 정선의 작품이 있으니 바로 1000원짜리 지폐 뒷면에 있는 ‘계상정거도’이다. ‘계상정거도’는 앞면의 인물인 퇴계 이황 선생이 머물던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고요히 지내다’라는 작품 이름처럼 산이 병풍처럼 늘어섰고 앞에는 강이 흐르고 가운데에 아늑하게 자리한 암자가 그려진 그림이다.
강서구에 겸재정선미술관이 들어선 이유는 정선이 65세가 되던 해인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현령을 지내며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는 60대 후반에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령을 지내며 한강 일대의 풍경을 그린 ‘경교명승첩’과 양천현아 근처에서 조망되는 아름다운 장소 8곳을 선별하여 그린 ‘양천팔경첩’을 남겼다.
정선의 업적을 기리고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2009년에 양천현아지 인근에 겸재 정선 미술관을 개관하였다. 미술관에는 정선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정리해놓아 그의 예술 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면 3층의 출구로 나와 뒤편에 있는 궁산에 올라 소악루를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궁산 진입로에서 소악루까지 약 10분 남짓 소요된다. 겸재 정선은 궁산과 관련된 작품을 2개 남겼다. 궁산에 올라 강 건너편에 있는 안현의 봉화불을 바라본 전경을 그린 ‘안현석봉’과 궁산 동쪽 기슭에 있던 소악루에서 달이 뜨는 풍경을 감상하는 그림을 그린 ‘소악후월’이다.
당시 소악루에 오르면 안산, 인왕산, 남산, 관악산 등이 한눈에 보이며 한강 줄기가 끝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지금의 서울 풍경은 개발로 인해 많이 바뀌었지만, 정선의 그림을 통해 300년 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세계 12개 도시 식물을 한 번에, 누적 방문자 1000만명을 넘어선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은 마곡에 첨단산업지구를 세우고 그 한가운데 생태, 문화를 융합한 식물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의해 건립됐다.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으로 열린 공원, 호수원, 습지원, 주제정원, 온실로 구성되어 있다.열대 및 지중해에 있는 12개 도시의 식물을 전시한 온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상쾌하게 숲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온실의 절반은 열대관, 나머지 절반은 지중해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열대관은 적도 근처에 위치하여 평균 기온이 18도 이상인 나라에 분포하는 식물을 가꾸어놓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보리수, 베트남 하노이의 망고, 콜롬비아 보고타의 코코넛야자, 브라질 상파울루의 빅토리아수련이 대표 식물로 이중 아마존의 밀림을 재현한 상파울루 구간이 열대관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다.
열대 지역의 기후답게 다소 후덥지근하고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짙푸른 이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신비의 숲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열대관을 지나면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지중해관으로 들어선다. 스페인,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 호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의 식물이 분포되어 있는데, 지중해의 상징인 올리브나무가 우뚝 선 모습이 눈에 띈다.
열대관 끝자락에는 굵은 몸통 속에 물을 3톤 이상 머금을 수 있어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물을 제공한다는 바오밥나무도 관찰할 수 있다. ‘어린왕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무로 알려진 만큼 나무 앞에는 어린왕자 동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중해관을 지나면 스카이워크를 따라 열대관 위를 지나 출구로 향한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온실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주제정원도 또 다른 볼거리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는 항공 산업, 국립항공박물관
국립항공박물관이 흥미로운 이유는 1층의 전시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블랙이글탑승체험, 조종관제체험, 기내훈련체험, 항공레포츠체험, 어린이공항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종관제체험은 비행기 조종석과 관제탑을 재현한 체험공간에서 직접 비행기 조작법을 배우고 관제탑과 교신을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창 밖으로는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이 나타난다. 비행기를 이착륙하는 운전을 해볼 수 있는데 계기판을 보며 고도를 맞춰 착륙을 시도한다. 멋지게 착륙에 성공하고 나면 하늘을 나는 파일럿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들뜬다.
국립항공박물관에는 우리나라의 항공과 관련된 이야기도 전시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신문은 ‘대한이 처음으로 가지는 비행가 6인’이라는 제목으로 조종사 복장을 한 7명의 사진을 실었다. 임시정부의 군무총장이었던 노백린은 레드우드 비행학교에서 조종술을 배우고 있는 한인 청년들을 만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행학교 설립에 함께하기를 제안했다.
이들은 흔쾌히 수락했으며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찍은 기념사진이 독립신문의 대서특필된 것이다. 빛바랜 사진 속에 대원들이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독립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비행학교는 재정난을 겪으며 문을 닫았다가 광복군 창설 당시 비행대 편성을 언급해 공군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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