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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마무리 오승환과 고우석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4 14:27

수정 2021.06.14 16:35

세이브 부문 1위에 올라있는 오승환 /사진=뉴스1
세이브 부문 1위에 올라있는 오승환 /사진=뉴스1
우연치곤 묘했다. 상대는 공동 5위에 올라있는 두산과 NC. 9회 점수는 각각 2점차. 잠실구장의 고우석(23·LG)은 13일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시즌 16세이브. 대구에선 오승환(39·삼성)이 19번째 세이브를 거두었다. 두 명의 타자가 탈삼진 제물로 바쳐졌다.

고우석의 15개의 투구 가운데 10개가 직구였다.
나머지 5개는 슬라이더. 이른바 투피치였다. ‘돌직구’ 오승환의 전성기를 보는 듯했다. 최고 구속은 156㎞. KBO리그 투수 가운데 최상위 스피드다.

고우석은 세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첫 타자 박건우 타석이 인상적이었다. 내리 5개 직구만 던졌다. 152㎞에서 시작해 155㎞로 점점 빨라졌다. 볼카운트 2-2에서 힘차게 돌린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두번째 타자 김재환에겐 직구와 슬라이더를 딱 반반 던졌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유도. 마지막 타자 양석환에게도 반반을 섞었다. 승부구는 역시 슬라이더. 방망이는 공을 건드리지조차 못했다.

오승환은 꽤 많은 공을 던졌다. 1이닝 22구. 그 가운데 14개가 직구. 슬라이더 7개, 체인지업 1개. 최고 구속은 149㎞. 회전력이 옛날같지 않다지만 외국인 타자 알테어를 직구 헛스윙 삼진 처리할 만큼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2사 2,3루의 동점 위기서 강진성과의 승부는 교과서적이었다. 바로 전 타자 나성범에게 직구를 던져 2루타를 허용했다. 위기 상황서 오승환-강민호의 선택은 좁아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변화구 승부가 더 유력해 보였으나 역으로 5개 연속 직구를 던졌다.

결정구는 배트를 낼 수밖에 없을 만큼 완벽한 높이에서 땅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였다. 추격자 고우석과의 세이브 차이를 3으로 유지하면서 팀을 LG와 함께 공동 2위로 올려놓은 값진 끝내기였다.

삼성과 NC의 대구 경기는 불펜 투수들의 무덤이었다. 삼성 선발 백정현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이어 나온 최지광, 임현준이 흔들리며 역전을 허용했다. NC도 임창민이 부진하면서 다시 역전 당했다.
LG 트윈스의 마무리 고우석 /사진=뉴스1
LG 트윈스의 마무리 고우석 /사진=뉴스1
이런 경기일수록 마무리 투수의 부담은 크다. 오승환은 끝까지 승을 지켜냈다. 5월의 오승환은 완벽했다. 10경기에 나가 8세이브를 챙겼다. 자책점 0. 그러나 6월들어 불안했다. 이 경기 전 10일과 11일 2이닝 동안 3실점했다.

마무리 지위마저 흔들리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13일 NC전서 자신의 진가를 또 한번 입증했다. 돌부처는 위기를 맞았지만 무너지진 않았다.

마무리 투수들도 한 번은 흔들린다. 5월의 고우석이 그랬다. 9경기서 8이닝을 던져 5실점(4자책). 하지만 6월들어 6경기 5이닝 무실점으로 회복했다. 13일 두산 3~5번 타자를 잇달아 삼진으로 잡아내 도쿄올림픽 마무리 투수가 누가 될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오승환과 고우석은 닮았다.
빠른공과 슬라이더를 최고 구종 가치로 삼은 우완 정통파로 큰 신장은 아니지만 탄탄한 근육질 몸에서 불같은 강속구를 뿌린다. 이 둘은 나란히 구원부문 1, 2위를 달리고 있다.
올시즌 구원왕은 결국 이 둘 ‘돌직구’ 투수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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