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숨진 여부사관 성추행 알리자 조사관은 "허위 아니냐. 무고처벌 받을수도"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6 07:49

수정 2021.06.16 11:06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왜 그들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갔을까. 성추행을 신고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모 중사에 대해 공군이 조사도 하기 전에 회유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조사 당시에 이 중사 측에 "무고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허위로 진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 중사는 성추행 사실을 당일(3월 2일) 김모 중사에게 알렸다고 한다. 다음 날 이 중사는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고 노모 준위 등을 통해 김모 중령에게까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 노 준위는 이 중사의 첫 조사가 이뤄지기 전인 3월 3일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말 등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노 준위는 이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뒤인 지난 12일 군인 등 강제추행·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 중사의 첫 피해자 조사는 3월 5일에 이뤄졌다. 약 20쪽에 달하는 이 중사의 첫 피해진술 조서에는 이 중사가 '불안감을 보이면서 울먹였다', '울먹이며 3분 정도 말을 잇지 못하다', '울먹이며 진술하다' 등 이 중사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당시 조사관은 이 중사를 향해 "진술인(이 중사)은 다른 사람을 처벌 받게 하기 위해 진술하면 무고로 처벌 받을 수 있는데 허위로 진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중사는 지난 달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중사에 대해 1년 전 성추행한 혐의로 윤모 준위를, 직무 유기 혐의로 국선변호사 A씨를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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