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對中견제' 연장선에서 만난 미·러… 중국은 복잡한 속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7 17:34

수정 2021.06.17 20:56

바이든, G7·나토·러시아까지
'중국 포위망' 3중으로 애워싸
인권·해킹문제에선 여전히 팽팽
그래도 푸틴 "희망의 빛 봤다"
WP "예상 가능한 최선" 평가
中은 "양국 긴장완화 안돼"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강규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러 정상회담에 관해 "중국은 전략적 안정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를 환영한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미러간의 외교 정상화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사정은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러시아를 놓고 서로 협력 경쟁을 펼치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중국은 미국에 대항할 우호관계 공고화라는 점에서 각각 속내는 다르다.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선 중국이 거론되지 않았다. 표면적으론 중국과 관련이 있는 문제도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등의 국제회의 연결선상에 러시아와 회담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선 회담에선 모두 중국 견제를 주요 의제로 삼았다.

따라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어도 중국의 전통적 우호국인 러시아와 그 동안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 관계를 모색해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중국 관영 매체는 미·러 회담 직후 "양국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를 미국과 함께 '양대 강대국'이라고 표현한 것은 중러관계 분열을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러시아를 '지역 강대국'으로 지칭했는데, 이를 격상해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무역, 우주, 기술 등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봉쇄하려는 전략은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중국 관변 전문가는 내다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인훙 인민대 교수를 인용,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과의 긴장 속에 동맹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군사적·외교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한 차례 회담으로 미·러 긴장관계가 완화되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은 회담이 절실한 쪽이 미국이라는 의미"라면서도 "미국과 러시아의 30년 갈등 역사는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관계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관측했다.

반면 미국과 러시아 정상들은 주요 의제에 관한 서로 간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을 모두 긍정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어떻게 다룰지 명확한 토대를 마련했다"라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들 중 어떤 것도 끝났다고 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업무를 해냈다"라고 자평했다. 향후 6개월~1년 동안 러시아와 실제 전략적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보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회담 이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눈에서 희망의 빛을 봤다"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상당히 건설적"이라고 평가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균형 있고 전문적인 사람"이라고 평했다.

회담에서 양측은 전략 부문에서의 예측 가능성 담보와 무장 충돌 위험 및 핵전쟁 위협 축소,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을 통한 군축 의지 등을 재확인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략 대화를 통해 미래 군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양측은 회담 전 의제로 제시됐던 반(反)푸틴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문제를 비롯한 인권 탄압과 미 인프라 사이버 해킹,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는 이견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일단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진전 초석은 놓았다는 평가다.
위싱턴포스트(WP)는 샘 셔랩 랜드연구소 러시아 담당 분석가 평가를 인용, "명확한 진전이 있었다"라며 "우리가 예상할 수 있던 것 중 최선의 결과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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