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故 이선호 시민사회장 추도사
"노동자 사지로 몰아넣은 기업의 책임"
"노동자 사지로 몰아넣은 기업의 책임"
[파이낸셜뉴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19일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 청년 노동자 고 이선호씨 장례식에서 "(이선호씨 사망은) 사람 목숨보다 돈과 이윤을 더 숭배하는 천하고 천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비극"이라며 안정 장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기업에 책임을 물었다. 고 이선호씨는 지난 4월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던 중 컨테이너 철판에 깔려 숨졌다. 사망 사고 59일 만에 장례가 치러졌다.
여 대표는 이날 경기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휴대폰에 저장된 당신의 이름 '삶의 희망'은 지우라 하시고 떠나시는 것인가, 사랑하는 아버지와 이별이 싫어서 59일을 버티신 것인가"라며 고 이선호씨를 추모했다.
그는 지금까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청년 노동자 김용균, 이한빛, 스크린도어 김군을 거론, "남은 청년들이 허망하지 가지 않게 하자고 호소했다. 일터에서 사람 죽이지 말라고 외쳤다"며 "그러나 돈 안 되는 물건 고르듯이 작은 공장노동자 목숨 지키는 것은 유예되고 그보다 더 작은 공장노동자는 목숨지키는 것조차 제외됐다"고 개탄했다.
여 대표는 이러한 죽음에 기업과 정부, 기득권 양당 정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 기득권 양당 정치는 사람 목숨도 서열을 나누고 사람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숭배하고 있었다"며 "300kg 쇳덩이는 스물셋 청춘을 덮치고 (아버지의) '삶의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 그렇게 스물셋 청년이 또 우리 곁을 떠났다"고 애도했다.
여 대표는 특히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기업에 책임을 물었다. 안전 책임자,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작업한 것에는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여 대표는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은 기업의 책임, 사람 목숨 앗아가도 기업주는 멀쩡하고 당신과 함께 일한 또 다른 노동자만 처벌되는 세상이 만든 비극"이라고 했다. 또한 "다단계 불법 하청구조를 만들어 사람목숨보다 돈과 이윤을 더 숭배하는 천하고 천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여 대표는 '대통령과 총리와 장관들'과 같이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드는 법이 없는 힘을 가진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아 머리를 조아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하지만) 그들에게 중대재해 희생자 빈소는 그저 정치적 퍼포먼스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 같다"고 일갈했다. 중대재해 희생자에 대한 대책이 여전히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여 대표는 "원통해서 떠나지 못한 59일 동안 90명이 넘는 노동자, 시민들이 당신과 똑같은 이유(중대재해 희생)으로 당신 뒤를 따라갔다"며 "정의당이 불법 다단계 중간착취구조를 반드시 없애겠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하다 죽지 않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고 이선호씨는 지난 4월 22일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작업을 하던 중에 300kg의 날개에 깔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고 관계자들이 작업 과정에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례를 앞둔 18일 사고 당시 지게차를 운전하던 기사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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