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비롯한 경기부양 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제롬 파월 의장의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금의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인 것이라며 부양책 지속을 주장하고 있지만 공화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은 미정부 재정지출과 인플레이션이 모두 고삐가 풀려 통제불가능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화당학습모임 회장인 짐 뱅크스(공화·인디애나) 하원의원은 최근 공화당 의원연맹에 보낸 메모에서 정부 재정적자가 지금보다 더 급속히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공화당이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
뱅크스 의원은 "연방정부 재정 전망 악화와 최소 3년 반에 걸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수조달러 재정적자를 동반한 재정정책 제안을 감안할 때 보수당원들이 부채 한도를 정하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행동에 나선다면 정부 재정적자 증액 협상 기회를 이용할 전망이다.
2019년 정한 2년짜리 연방 정부 재정적자 한도 규정은 오는 8월 1일 만료된다. 미 정부가 파산을 피하려면 그 전에 민주당과 행정부는 공화당과 협상해 재정적자 한도를 다시 증액해야 한다.
공화당은 재정적자 한도 증액 협상 기회를 이용해 정부 재정지출 감축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주 청문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정부 재정지출 계획 축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마이크 크라포(공화·아이다호) 상원의원은 16일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옐런 장관에게 "인플레이션 예상 심리 닻줄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금리가 오르고, 이로 인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이자 부담이 급속히 높아져 재정을 파탄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옐런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 경제팀은 지금의 물가 압력이 조만간 누그러질 것이라는 확신을 거듭 나타내고 있고, 연준과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 병목현상이 해소되고 나면 물가 상승세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조만간 해소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 예산안이 의회에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최대 재계단체인 미상공회의소(암참)도 추가 재정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상공회의소는 민주당이 올해 수조달러 추가 재정지출을 고집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참 선임 이코노미스트 커티스 두베이는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막대한 재정지출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도 암참과 견해를 같이 했다.
방산업체 레이시온 CEO이자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산하 조세·재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그레고리 헤이스는 "연준의 희망은 이게(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것이지만 문제는 일시적의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이다"라면서 "6개월? 아니면 1년인가"라고 반문했다.
헤이스는 "아니면 우리가 지금 불행하게도 임금 상승이 거듭된 임금상승을 부르는, 따라서 결코 일시적인 상황이 아닌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들어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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