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미국인들을 쿠바 관타나모 만의 해군기지에 격리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WP 기자 야스민 아부탈렙과 데이미언 팔레타가 쓴 '악몽의 시나리오, 역사를 바꾼 대유행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라는 책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해당 책은 오는 29일 출간되며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2월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당시 외국에서 감염된 미국인들을 미국에 데려올지 논의하면서 참모들에게 "우리가 소유한 섬이 있지 않으냐. 관타나모가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는 상품을 수입하지, 바이러스를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03년부터 쿠바 관타나모 만을 영구적으로 빌려 해군기지를 운영해 온 미국은 쿠바 혁명 이후 현재 쿠바 정부가 임대 계약을 무효로 선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해당 기지에서는 미국이나 쿠바법이 아닌 미군 군법이 적용되고 있으며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 등을 구금하려고 만든 수용소를 기지 내에 운영하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가혹한 수감자 대우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된 곳이기도 하다.
WP는 트럼프 참모들이 트럼프의 관타나모 발언에 경악했으며 곧장 대통령의 주장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WP는 미국이 지난해 2월 일본에 정박했던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미국인 약 330명을 전세기로 귀환시킨 사례를 지적했다. 당시 귀환한 미국민 가운데 14명이 감염자였다. WP는 트럼프가 미 국무부 및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들을 해고하려 했으며 문제의 공무원들이 감염자를 미국으로 들여왔다며 격분했다고 주장했다. WP는 이외에도 트럼프가 지난해 3월 18일 당시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과 통화에서 코로나19 검사 확대로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며 검사 확대를 비난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