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기차에 불 나면 불 끄는 것도 더 오래 걸리는 걸까. 미국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를 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전기차 화재에는 더 많은 시간과 인력, 물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2일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오후 9시 30분께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외곽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테슬라 모델 S’ 전기차에 불이 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즉시 불을 껐지만, 잔해 아래 쪽에서 작은 불꽃이 다시 타올랐다. 소방관들은 이 불길도 잡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점화됐다.
전기차를 완전히 진화하는 데 소방관 8명이 투입돼 7시간이 걸렸다. 사용된 물은 10만ℓ에 달한다.
이는 담당 소방서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달 동안 쓰는 양이고, 미국의 평균적인 가정에서는 약 2년 동안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내연기관 차량 한 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데는 보통 1100ℓ가 필요하다. 전기차에서 난 불을 진화하는 데 100배 가까운 물이 드는 셈이다.
진화를 담당한 소방서장 팔머 벅은 “고속도로에서 이 많은 물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악몽”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 진압이 어려운 까닭은 전기차 배터리에는 많은 에너지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018년 5월에 ‘테슬라 모델 S 2014년식' 전기차 화재를 진압한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시의 소방서장 스티븐 골란은 “테슬라 매뉴얼에는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한다고만 나와 있을 뿐, 배터리 에너지를 어떻게 제거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서울에서도 작년 12월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 X’에 불이 붙어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연기와 불꽃이 20~30분 간격으로 발생했다. 화재 진압에는 5시간이 걸렸다. 대한민국 소방청 자체 조사 결과에서는 최근 5년간 전기차 관련 화재가 연평균 41.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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