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근로자는 제외
민주당 밀어붙여선 곤란
민주당 밀어붙여선 곤란
민주당이 왜 이리 서두는지 모르겠다. 만약 민주당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선심용으로 대체공휴일법 제정을 서두는 것이라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물론 여론은 대체공휴일 확대를 폭넓게 지지한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5인 미만 사업장을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모순이다. 사실 대체공휴일이 가장 필요한 이들은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다. 결국 영세 사업장 근로자는 임금에서도 차별을 받고, 공휴일에서도 차별을 받게 생겼다. 대체공휴일법은 제정안이다. 첫 틀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법 시행에 따른 문제를 좀 더 깊이 따져본 뒤 제정안을 통과시켜도 늦지 않다.
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대체공휴일은 유급이다. 기업으로선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생색은 민주당이 내고, 짐은 기업이 짊어지는 격이다. 차선책으로 대체공휴일 적용을 단계적으로 넓힐 수도 있다. 이를테면 올해는 기존 설·추석·어린이날에 광복절만 추가하는 것이다.
8년 전 박근혜정부 시절에도 대체공휴일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3년 4월 국회 안전행정위 법안심사소위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안은 전체회의에서 제동이 걸렸고, 결국 법을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고쳐 대체공휴일 취지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4년 가을 추석부터 대체공휴일이 도입됐다.
이때도 대기업과 영세기업 간 휴일 양극화가 논란이 됐다.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은 이름에서 보듯 공무원이 적용 대상이다. 다만 대기업은 이 규정을 준용해서 직원들에게 휴일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중소, 영세 기업들은 유급 휴일을 보장하지 못했다.
유사한 일이 이번에 되풀이될 수 있다. 민주당이 대체공휴일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해선 곤란한 이유다. 4·7 보궐선거는 정치권에 협치를 요구했다. 대체공휴일법은 검찰개혁처럼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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