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로 발견된 고 손정민씨의 부친 손현씨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저희는 우리나라에서 보장된 모든 걸 행사할 것이고 그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른다”며 장기간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손씨는 23일 블로그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수사가) 실망스럽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원래 경찰의 ‘변사사건 심의위원회’ 개최를 막아보려고 탄원을 부탁드리거나 관련 부서에 전화 요청을 부탁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의 의지는 확고부동하고 내일 개최해도 이상하지 않아서 의미가 없고 말만 많아질 것 같아서 다음 스텝(단계)으로 넘어가기로 했다”며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으니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초기에 시간을 놓쳐서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아무도 관심없는 외로운 길일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께서 내 일처럼 생각해주신다. 저 혼자라도 끝까지 갈 생각이었는데 정말 외롭지 않다”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블로그 그만 쓰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성공적이다.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손씨는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알게 된 것을 정리하겠다"며 9가지를 언급했다. 이어 "아시는 내용도 있겠지만 다들 참조하시기 바란다"며 "완전범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먼저 폐쇄회로(CC)TV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손씨는 "모든 것을 잡아낼 수 있는 경찰국가 같아서 돈을 주워도 신고하고 조심조심 살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엄청나게 허술하다"며 "어렵게 구한 것(CCTV)도 경찰만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CCTV마다 보관기간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60일까지 모두 달라 확보가 어렵다고도 했다.
초동수사와 골든타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전엔 실종팀이 강력계에 있었다고 하나 언제부터인지 여성청소년 부서로 넘어갔다고 한다"며 "실종사건을 강력사건과 연관하지 않고 단순 실종으로 출발하니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그는 최근 경찰이 계획 중인 '변사사건 심의위원회'를 두고 "미제사건으로 두기 싫을 경우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희생자는 알 바 아니고 매듭을 지을 수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블랙아웃에 대해서는 "주장만하면 몇 시간이고 인정된다"며 "막걸리 몇 병만 먹으면 쭈그리고 앉든 펜스를 넘어가든 구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강 기지국의 오류 △한강 입수 경위 △신뢰하기 어려운 디지털 포렌식 △법정 증거로 쓰이지 못하는 거짓말 탐지기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의 변호사 선임 등에 대해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한 손씨는 "쓰다보니 자꾸 냉소적이 돼버린다"고 씁쓸한 속내를 드러냈다.
아울러 손씨는 과거 정민씨와 나눴던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내용이 순 학원하고 학교 데려다준 것 밖에 없어서 미안하고 속상하다"며 "정민아, 정말 미안하다"고 글을 마쳤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