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인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다는 아르바이트생이 올렸던 글이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17일 네이트판에는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는 쿠* 덕평 물류센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단기알바를 했다고 밝힌 글쓴이 A씨는 3층 입고파트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화재로 인한 연기가 유입됐다고 했다. 물류센터는 금방 연기로 가득 찼으나 쿠팡 측에서 별다른 안내를 하지 않아 A씨는 불안한 마음에 동료들과 함께 밖으로 대피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쿠팡 측 직원은 대피한 직원들에게 되레 화를 내며 "일하는 시간에 자리 이탈을 하면 어떡하냐", "어서 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시작하라" 등의 말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A씨는 "화재 연기가 안을 가득 채웠지만, 이때까지도 별다른 안내방송이나 상황설명도 없었다"면서 "지하 1층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던 중 관리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는 모습을 봤다. 불이 완전히 다 잡힌 상황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무조건 자리로 이동하라고 했던 거다"고 지적했다. 당시 화재는 담뱃불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사무실에 있는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담당자는 "그럼 조퇴하고 집에 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개인적인 사정도 아니고 화재라는 원인 때문에 이야기를 한 건데 대응은커녕 너무나도 가볍게 조퇴 얘기를 하는 게 너무 화가 나서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 어떻게 계속 일을 하냐', '개인 사정으로 인한 조퇴가 아닌데 내가 개인적인 피해를 보며 조퇴를 해야 하는 거냐', '이런 불안전한 곳에서 어떻게 계속 일을 하는 거냐'고 물어봤다"며 "또 '오늘 있었던 일 다 알리겠다'고 말하니까 사무실 관리자는 '알리면 되겠네요, 알리세요'라고 귀찮은 듯 대꾸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A씨는 "오늘은 정말 작고 쉽게 끌 수 있는 불이었지만 물류센터는 박스로 가득한 곳이고 바람 때문에 크게 번질 위험 요소가 많은 곳"이라며 "또 핸드폰을 모두 반납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더 큰 위험이 생길 수도 있는 곳이다. 화재가 잡혔어도 화재로 인한 연기가 환기될 때까지는 잠시 사람들을 대피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글에는 덕평물류센터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네티즌이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여기서 일해본 적 있는데 박스 엄청 많고 불 번지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라며 "계단도 엄청 좁고 많아서 출퇴근 때 제대로 나가기 힘든데 불났으면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기가 저렇게 나는데 일산화탄소 같은 가스 중독되면 어쩌려고 대처를 저런 식으로 하느냐"며 "사람 목숨보다 로켓배송이 더 중요하냐"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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