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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손기정은 한국인’ 의도적 설명 누락”···반크, 박물관에 시정 요구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3 13:45

수정 2021.06.23 13:51

손기정·남승룡, 일본 금메달리스트 코너에 버젓이 전시
반크, 4개국 언어로 포스터 제작해 배포...글로벌 청원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 가슴에 'KOREA' 글씨가 적혀 있다. 반크가 제작한 포스터 / 사진=반크 제공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 가슴에 'KOREA' 글씨가 적혀 있다. 반크가 제작한 포스터 / 사진=반크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가 23일 한국인 마라토너 손기정·남승룡 선수를 마치 일본인인양 소개해놓은 일본 올림픽 박물관의 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인’이라는 주요 사실을 빼는 방식으로 거짓을 적시하는 ‘꼼수’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에 반크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올림픽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도 관련 청원을 게시했고, 손기정 선수를 올바르게 소개하는 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 포스터도 제작해 SNS에서 배포하고 있다. 오류 시정을 목적으로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포스터에는 가슴에 ‘KOREA’라는 글을 새기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우승 테이프를 끊는 순간의 손기정 선수 모습과 “나의 평생소원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손기정으로 기억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담겼다.


“손기정 선수 日금메달리스트처럼 소개”
일본은 지난해 3월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 인근에 올림픽 박물관을 열었다. 관내에는 ‘역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를 전시하는 코너가 마련돼있다. 여기에 월계관을 쓴 손기정 선수를 최상단에 배치하면서 일본어로 ‘손기정, 1936년 베를린대회 육상경기 남자 마라톤 선수’라고만 설명을 달아 놨다. 교묘하게 핵심 사실을 제외해 관람자들이 손기정 선수를 일본인으로 오해하도록 꾸민 것이다. 도쿄 유학생들 제보로 이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손기정 선수는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공식 한국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손기정 선수 소개란에는 “당시 한국은 일제 강점기를 겪었다”는 설명과 함께 ‘Sohn Kee-chung of Korea (South Korea)’라고 쓰여 있다.

손기정 선수는 비록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경기에 출전했지만, 해방 이후 한국인으로서 후계자 양성에 힘썼다. 또 그는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초대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이기도 하다.

손기정 선수와 같은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승룡 선수의 이름도 해당 박물관 전시 코너에 일본어로 적혀 있다.

일본 올림픽 박물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 전시 코너에 적혀 있는 손기정(노란점) 남승룡(빨간점) 선수 이름 / 사진=반크 제공
일본 올림픽 박물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 전시 코너에 적혀 있는 손기정(노란점) 남승룡(빨간점) 선수 이름 / 사진=반크 제공
“두 선수는 한국인, 박물관에 시정 요구”
앞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지난 17일 도쿄올림픽 조직위 및 일본 올림픽위원회에 ‘정확한 설명을 넣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반크가 힘을 실은 셈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이미 1년 3개월 전부터 항의를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박물관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데, 도쿄올림픽 전에 글로벌 청원 등을 동원해 국제사회에 실상을 알릴 것”이라며 “두 선수의 국적이 회복되지 않는 한 1945년 광복 이후 7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본인들이 침략 과거를 반성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단장은 “(손기정 선수가 한국인이라는)주요한 사실을 누락한 것 자체가 의도적인 거짓이라고 본다”며 “올림픽이 정치판으로 변질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일본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일본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된 손기정 선수 /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및 반크 제공
일본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된 손기정 선수 /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및 반크 제공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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