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말기신장병으로 B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A씨(70). 그는 지난 2018년 6월 병원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자동회전문을 통과해 나오던 중 회전문 날개에 부딪혀 넘어졌다. 충돌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회전문 날개는 계속 작동해 A씨를 병원 건물 바깥으로 밀쳐냈다. 이 사고로 A씨는 전치 9주에 달하는 대퇴골 골절상을 당했다.
A씨는 당시 사고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두 달 간 입원치료를 받던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병원측에 간호비와 장례비, 그리고 위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환자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며 거절했다. 결국 유족들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 측은 “해당 자동회전문은 건축법 및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치·운용됐다”며 급성 심근경색이 사망원인인 만큼 자동회전문 사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회전문 근처에 ‘노약자와 어린이는 보호자와 동반해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구가 있었다며 A씨의 부주의를 부각했다.
반면 공단 측은 병원 CCTV에 대한 동영상 감정을 신청, 자동회전문의 전자감지장치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시설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를 강조한 것이다.
한편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는 “신장질환이 있는 A씨가 회전문 사고로 대퇴골을 다쳤을 경우 사망률과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2개월 투병 끝에 사망한 점에 비춰 회전문 사고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40%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감정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안양지원(박정진 판사)은 “병원측은 22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동회전문은 건축관계법령과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감정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측 신지식 변호사는 “병원은 안전사고에 취약한 환자들이 주이용자인 만큼 환자들이 이용하기에 적합한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그 관리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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