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작동으로 화재경보가 울리는 소방시설 점검과 정비를 위해 시설을 차단한 후 원상복구를 하지 않았어도 정비가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모씨와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세종시에 위치한 F빌딩 관리소장인 유씨와 전기팀장으로 빌딩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된 이씨는 소방시설 점검을 위해 폐쇄.차단된 소방시설을 점검 완료 후에도 재가동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방시설법 9조 3항은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소방시설을 유지ㆍ관리할 때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잠금을 포함)·차단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소방시설의 점검ㆍ정비를 위한 폐쇄·차단은 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도 담았다.
1·2심은 "해당 소방시설은 정비를 마친 이후로도 지속적인 오류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처럼 오류가 생기는 상황에서 소방시설의 점검.정비를 위한 폐쇄.차단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차단된 소방시설을 원상복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한 것은 계속적으로 오류가 생겼던 소방시설의 점검·정비를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만큼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소방시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이나 소방설비 전문업체를 통한 적극적 조치에까지 직접 나설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인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