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 초 비공개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시 러시아의 첫 백신 '스푸트니크V'를 접종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백신에게 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백신 종류를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방송사들이 생중계한 연례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백신 접종을 설명했다. 올해 3~4월 2회에 걸쳐 백신 주사를 맞았던 그는 러시아에서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승인한 스푸트니크V를 접종받았다고 말했다. 푸틴은 "내가 접종받았을 때는 '에피박코로나' 백신과 스푸트니크V 백신 등 2종류가 시중에 공급돼 있었다"며 "둘 다 좋은 백신이지만 나는 가능한 한 오래 보호받을 수 있는 백신을 맞으려 했고 그래서 스푸트니크V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백신의 예방 효능은 91.6%로 알려져 있다.
그는 "첫 주사를 맞았을 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고 4시간이 지난 뒤 주사 부위만 민감했다"며 "두 번째 주사를 맞고 체온이 37.2도가 됐다.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어나니 36.6도였고 그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대중적으로 스푸트니크V 접종을 시작했지만 푸틴은 4개월이 지나도록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도 스푸트니크V를 접종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12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나이가 68세라 접종 대상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푸틴은 지난 3월 연령 제한이 완화되자 같은달 23일 1차 접종을 받았다.
푸틴은 접종 장면을 공개하지도 않았고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알리지도 않았다. 다만 접종 닷새가 지나자 현지 매체를 통해 "백신을 맞은 다음날 아침 일어나 약간의 근육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체온을 재보니 정상이었다"고 말했다. 주사 부위에도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고도 설명했다.
백신의 정체가 알려지지 않으면서 러시아 현지에서는 푸틴이 백신을 실제로 맞았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푸틴이 언급한 스푸트니크V와 에피박코로나 모두 3차 임상시험을 건너뛰고 접종부터 시작해 안전성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푸틴은 백신 종류를 함구한 이유에 대해 "서로 경쟁을 조성하지 않도록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말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여러 질문이 제기됐단 걸 안다"고 해명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통해서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예방접종을 의무화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스푸트니크V를 포함해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소(벡토르)의 에피박코로나, 연방 추마코프 면역·생물학 연구소의 '코비박' 등 백신 3종을 허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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